오래 전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그래도 우리는 취업을 해야 한다》라는 제목 때문이었는지 취업을 위한 지침서 혹은 자기계발서 정도로 생각하였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처음 한두 페이지를 읽는 듯 마는 듯 들쳐 보다가 그냥 책장에 꽂아 두었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책장을 이리저리 살피다 다시 꺼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우선 표지를 살펴보니 어느 책 할 것 없이 장식처럼 붙어 다니는 띠지에는 화려한 수식어가 앞, 뒤로 예외 없이 적혀 있다. 동시대 일본 젊은이들의 취업에 관한 고민과 문제를 엿볼 수 있는 역작! 일본 내 판매부수 1,000만 부를 기록한 아키타 요시노부의 최신작! 일본 열도를 웃음과 폭소로 몰아넣은 초강력 슈퍼 엔터테인먼트! 라는 문구를 비롯해 "취업하고 싶은 사람은 절대 읽어선 안 된다." 라고 하는 독자의 서평까지 있는 걸 보니 처음 가졌던 생각과는 다르게 뭔가 새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치고 재미있는 것을 보지 못했던 기억 때문인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말을 세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양면의 느낌을 갖고 읽기 시작한 이 책은 표지의 수식어에 걸 맞는 상상초월, 좌충우돌 스토리로 내게 즐거운 웃음을 안겨 주었다.

 

무능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 학생이 취업이라는 현실의 거친 파도를 향해 벌이는 상상초월의 악전고투! 지금부터 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P 13)

대학 졸업반 여름 "취업은 일단 하고 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취업지도센타를 찾은 주인공과 그의 친구 다시로는 아무도 없는 곳에 컴퓨터 한 대만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사람을 대신해 채용된 컴퓨터는 완벽한 취업지도를 하는 최신 소프트웨어로 두 청년의 물음에 꼬박꼬박 답을 하는 것을 보고 다시로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로는 "직장이란 건 제 역할을 하든 말든 어느 한 부분도 틀리지 않고 답하는 놈이 삼아 남는 거야." 라는 말을 친구에게 건네며 취업지도 센타를 나온다. 두 청년은 취업이라는 험난한 길에 들어서기도 전에 벌써 사회, 직장의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STEP 1, '무조건 취업은 해야 한다' 부터  STEP 10, '내일의 희망을 향해' 까지로 구성되어 있는 이책에서 매 STEP의 첫 문장은 "취업은 일단 하고 봐야 겠다" 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뒤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갖가지 상황에 대해 초현실적이고 코믹하게, 때로는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이야기 하나하나가 상상을 초월,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신선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만약 이같은 내용을 소재로 코미디프로를 만든다면 저급한 억지 웃음이 아닌 고급스럽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사하는 수준 높은 코미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다.

 

반면에 이 책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오자와 탈자, 그리고 철자법과 띄어쓰기의 오류는 많이 아쉽기만 하다. 그것이 역자의 역량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출판사의 불성실에 기인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들은 글을 쓰고, 바르게 표기된 책을 출판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 이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