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 올리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어린아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때묻지 않고, 정직하고, 순수한 이미지로 대변되는 어린아이들은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광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홍보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가장 훌륭한 모델이 되는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책을 접할 때 그 내용 보다는 작가의 명성만을 좇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의 작가가 바로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르 클레지오다. 때문에 자칫 선입견을 갖고, 내용을 이해하려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기 보다는 명성있는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평범하지 않은 뭔가 깊은 뜻을 담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마치 특별한 것처럼 이해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책 역시 지극히 관념적이라 쉽게 이해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8편의 단편 모두가 순수함을 지닌 어린아이들의 이야기이기에 그들과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면 오히려 편안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는 몽도를 비롯하여 륄라비, 종, 쥐바, 다니엘, 알리아, 그리고 이름 모르는 소녀, 소년의 순수한 이야기를 서정적인 문장으로 그려 내고 있다. 그들이 사는 장소, 환경, 생활은 각기 다르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공통점인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고, 한편의 시와 같은 이야기가 전개되고, 자연으로 동화(同化)되는 모습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들 소년.소녀는 틀에 박히고 정형화된 우리네의 삶과는 다른 인간 본연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들의 친구이고, 이야기 상대이고, 놀이터가 되는 것이다. 몽도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다가가서는 "안녕하세요, 저를 아들로 삼지 않으실래요?" 라고 말하는 것과 그를 만난 사람들이 변하게 된 이유를, 그리고 그들 모두가 하늘, 새, 바다 등과 같은 자연을 이야기는 하고 자연과 대화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자연과 대화하며 보냈던 지난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은 모두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면 부디 그것들이 잊혀진 추억이 아닌 우리가 추구하는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