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부츠란 단어를 일본어 사전에서 찾아 보았더니 '성실(착실)하며 품행이 바르고 의리가 있지만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 이란 뜻을 갖고 있었다.

 

나는 이 단어 하나가 바로 일본인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함축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끔 일본인들을 직접 대면할 때나 간접적으로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그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상대방에게 조그만 피해도 끼치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며 스스로를 다스리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일본에서 자주 발생하는 크고 작은 재난에 처한 그들의 모습을 메스컴을 통해서 볼 때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곳을 비춰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감정을 표출하는 우리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는 침착한 모습만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한편으로는 성숙된 의식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와 같아 섬뜩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에는 바로 그런 의식을 지니고 있고, 그런 행동에 익숙해져 있는 중년의 일본인 여류 작가가  쓴 보편화된 가타부츠의 모습이 6편의 단편에 나누어 담겨 있다. 그 이야기 하나 하나에서 자신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 보여 주려 한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일탈된 행동을 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끼칠 피해를 염려해 망설이게 되는 남녀. 자신의 미래를 결정지어야 하는 순간에도 남매라는 가족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는 오빠. 만나지 못할 약속을 위해 한 없이 기다리는 사람을 위한 범죄자의 배려(?). 자식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끊임없이 내면의 자신과 싸우는 어머니. 사고로 인해 단 몇 일 동안의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의 생각 속에 자리잡고 있는 블랙박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이유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자신을 다스리는 남자.

 

이같은 모습은 소설 속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거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한결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 작가가 쓴 가장 일본인다운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