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적혀 있는 '퍼즐식 릴레이 소설' 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대체 어떤 형식의 소설이기에 '퍼즐식 릴레이 소설' 이라고 했을까? 그런 궁금증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서야 신선하다는 느낌과 함께 나도 모르게 즐겁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사라져 버렸다.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 아닌가 싶다.

 

엄마 나이 열여섯, 아빠 나이 열여덟 살에 몰래 결혼한 사이에서 태어나 자란 열여섯 살의 여학생 소녀가 아빠보다도 나이가 한 살 많은 서른여섯 살의 남자와 결혼한 후, 결혼 1주년 기념일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정말 소설같은 소설은 시작된다.

 

여러 개의 단편을 묶어 놓은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맞물려 나가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조금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은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갔거나, 동네 어느 작은 가게에서 마주치기도 했을 그런 사람들이다. 반대로 그저 사소한 일로 의미 없는 일상적인 몇 마디의 대화나 나눴거나, 오고 가며 눈 웃음 정도는 나눴을 수 있는 우리 이웃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듯 세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상대에 대해 알고 모르고를 떠나 너와 나가 아닌 바로 우리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첫 번째 장 질투는 <수프의 농도만큼만> 에서는 서른 여섯 남편과 결혼 1주년을 맞은 열 여섯 어린 신부를 만나게 된다. 두 번째 장 <한밤중의 실내 피크닉> 에서는 열여섯 어린 신부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여자 생물 선생님과 한밤중 실내 피크닉을 즐기며 미래를 꿈꾸는 고3학생회장을 만날 수 있다. 세 번째 장 <그린핑거> 에서는 고독과 위로를 섞어 칵테일을 만드는 신비의 여인을 만날 수 있다. 네 번째 장 <키스하고 사흘 뒤> 에서는 키스할 때 눈을 감지 않는 예의 없는 형의 아내를 보게 된다. 다섯 번째 장 <당신 곁에서> 에서는 발렌타인데이에 애인과 남편의 선물을 동시에 고르는 결혼 9주년차 주부와 마주치게 된다. 이렇게 이어진 이야기는 마지막 여섯 번째 장 <달콤한 클라이맥스> 에서 소녀의 하얗고 동그란 무르팍에 파묻히고 싶어하는 어린 소년을 만나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된다.

 

책을 덮는 순간, 첫 장부터 조금씩 조금씩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잔잔한 감동이 마치 봄물 터지듯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다. 즐겁고 기분 좋은 미소가 저절로 지어질 수 있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