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일본 문학, 특히 소설 속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성性과 연관된 직.간접적인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것을 그려 내는 작가는 남성.여성, 중견.신인 할 것 없이 하나 같으며 장르 또한 가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 성은 자식을 얻기 위해서라거나 사랑을 나누는 행위로서의 아름다운 성이 아닌 오로지 쾌락을 추구하는 욕구분출 행위로서의 성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불륜, 매매, 폭행과 같은 일탈되고 그릇된 행위에 의한 것임에도 결론에 가서는 그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사랑으로 위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ㅡ 불륜이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공감할 수 있었던 ㅡ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음에 작은 물결을 일으켰던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묘사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저급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아주 자세히, 적나라하게 그려 내고 있는 것 같아 심한 거부감이 들 때도 있다. 때로는 그것이 너무 천박해 불쾌한 기분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극적인 것들만을 골라 무분별하게 번역, 출간함으로써 문학을 상업으로 왜곡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인생의 허무에 허덕이는 젊은 여성, 그리고 그녀와 같은 허무와 상처를 짊어진 소년이 사랑을 찾고 희망의 발길을 내딛게 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조금만 더 가보자. 갈 수 있는 데까지. 바다 밑에 가라 앉는 건 언제라도 가능하니까.' 라고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