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리뷰를 작성하려고 하니 내가 받은 느낌을 어떻게 전달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이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특이한 작가의 특이한 소설' 이라는 문구처럼 뭔가 특이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종의 강요를 받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이 특이하다는 작가는 우리 나이로 53세의 중년 남성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작가의 연륜이나 풍기는 이미지를 주인공의 모습으로 변환시켜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젊음이 가지는 경쾌함이나 산뜻하고 밝은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중년의 남성. 그에게서는 빛이라곤 들지 않는 장마철, 지하에서 올라오는 음습한 기운에 어두컴컴한 불안감이 강해가 느껴진다. 풋풋한 향기보다는 찌든 담배연기가 잔뜩 배어있는 좁은 방안의 퀴퀴하고 불쾌한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는 기분이 든다.

 

소설 속에서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설기만 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사람들의 읽기조차 어려운 이름이나 지명, 그 밖의 생소한 단어들로 인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단편적인 모습이긴 하겠지만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생활의 실상이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과 함께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아버지란 존재를 모르고 홀 어머니에 의해 자라다 그 어머니마저도 자신이 어렸을 때 떠나 버려 고아 아닌 고아로 생활해야만 했던 주인공. 그가 결혼을 하여 사내 아이를 얻었지만 그의 아내 역시 자신과 어린 아이를 남겨 둔 채 떠나 버린다. 그는 밤마다 엄마를 찾는 아이를 위해 금발 가발을 쓰고, 원피스를 입고, 가슴에는 스폰지로 만든 공을 넣고, 입술에는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는 아이가 잠들 때 까지 엄마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후 아버지의 곁을 떠나 엄마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된 아이는, 어느 날 유아원 앞에서 엄마와 함께 나오다 곁에서 잠시 멀어진 사이 달려오는 뺑소니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다.

 

그 후 주인공은 아이가 죽기 전 까지 자신이 행했던 엄마의 역할과 현재의 일상 사이를 넘나드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아이의 엄마 역할을 대신했던 도구들과 아이의 물건들을 하나 둘 처분하거나 내다 버리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아이에 대해 품었던 사랑과 집착의 끈을 놓으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엄마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아들의 뺑소니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을 찾아간다.

 

사고가 난 날, 아내와 아들이 손을 잡고 유아원 앞에 나타났다. 나는 우선 그들을 몰래 엿보기 위해 멀찍이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시켰다. 그런데 깍지 낀 그들의 손가락을 견딜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아들이 손을 풀었다. 혼자 종종걸음을 쳤다. 아이는 태평스럽고 가벼워 보였다. 아이가 도랑을 따라 폴짝폴짝 뛰어가는 순간 나는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리고 핸들을 꺾어 내 어린 아들을 치었다. 그 날 나는 오늘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원피스, 새하얀 블라우스, 입술을 너무 진하게 칠한 엄마차림, 그 날 날씨는 너무나 화창했다. ( P 180~181 )

라는 진술을 하기 위해 경찰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아빠나 엄마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힘겨운 삶을 이어 가는 가정이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칠 정도의 관심과 애정을 쏟아 붓는 과잉보호 속에 아이들을 가두어 두려는 가정도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소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