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경력 중 2004년 제16회 '일본판타지소설 대상'수상이 있어서 인지 [명왕성 파티]라는 제목이 주의를 끌었다. 아마도 우리의 삶 밖에 있는 우주의 행성(?)에 파티라는 단어까지 더해진 제목이 붙여졌기 때문이기도 하였던 것 같다. 게다가 마치 캄캄한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는 행성처럼 검고 어두운 배경 위에 나타나 있는 초점 잃은 눈의 젊은 여자 모습이 더욱 그러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소설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라 다소 의외라는 느낌까지 들기는 하지만, 그것이 실망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어떤 반전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흥미와 함께 궁금증을 더욱 불러 일으킨다.

 

장편 소설인 이 책은 우선 400쪽이 넘는 전체 분량을 제 1, 2, 3장으로 나누어 엮음으로써 자칫 지루하게 전개 될 수도 있고, 내용과는 상관 없이 읽는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다 각 장별로 주인공과 연관되는 다른 배경, 다른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관계 설정에 대한 흥미와 결론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더욱 증폭 시킨다. 그로 인해 장편임에도 단편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읽는 도중에 쉽사리 책장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일본 소설에 흔하게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학창시절 남학생과 여학생간의 만남에서 시작하여 후일 사랑이나 추억 또는 기억으로 연결되어지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 소설 또한 전체적인 이야기는 그와 같은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자 주인공이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에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남자를 만나며 겪게 되는 일들을 어느 상대에게도 드러내 보이지 못한 채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갈등하고, 후회하고, 좌절하고, 간직하며 일탈된 생활까지도 하던 끝에 11년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첫 남자를 지구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의 훨씬 더 끝도 없이 먼 곳. 행성에서 퇴출되어 더욱 허무한 존재가 되어버린 곳. 너무나 먼, 내버려진 별 명왕성과도 같다고 생각하는 자신만의 공간인 곳에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는 남자에게 건넨 편지에는 지난날 가졌던 기대, 희망, 후회 속에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내용과 함께 새로운 마음과 각오를 다지며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불렸으나, 행성 지위를 박탈당하여 왜소행성으로 분류된 명왕성에 주인공의 내면과 삶을 비유한 작가의 묘사와 섬세한 이야기의 전개는 일본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으로 다가와 마음 속에서 잔잔한 물결이 출렁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