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왔다. 올해 받은 책 중에서 가장 깔금하고 정결한 하드커버 사진집이다. 책이 멋지다는 생각을 하기는 처음이다. 그냥 이 책은 장식용으로 책장의 앞쪽에 마주보게 세워놓고 싶다.

 

 

법정스님은 ‘내가 입적하면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저자 일여는 스님과 길상사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우리 사회가 더 맑고 향기로워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책을 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스님의 생전에 사진 공양을 목적으로 법정스님과 길상사를 카메라에 담았으며 이와 함께 불가의 잔잔한 일상들도 이 책에 담았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나의 종교적인 신념과는 무관하다. 법정스님은 김수환 추기경이나 박청수 원불교 교무들과도 종교를 초월하여 깊은 교유를 나누었고, 불교라는 틀에 박혀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길상사라는 절도 '불교 냄새가 나지 않는 절로 가꾸어 가는 것'이 스님의 뜻이셨다고 한다.

 

 이 책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스님과 불가의 일상이 담긴 사진을 통해 우리의 삶을 투영하고 그 속에서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의 유난히 많은 여백이 그러한 생각을 부추긴다.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의 가라앉고 차분해지며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진이다. 스님 같은 분의 뒷모습에서도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져 나오는 것 같다.

 

  

 사실 책의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소 달랐다. 약간 당황스럽기도 하였지만 아마도 그러한 당황스러움도 책장을 넘기고 사진에 빠져 곰곰이 명상에 잠긴다면 아무 의미가 없음을 이내 깨닫게 된다. 사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색감이나 구도가 너무 좋은 것 같다. 아무런 설명이나 주석이 없어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보이는 것 같다.

 

 대부분의 나의 책 읽기에서 나는 무엇을 얻어 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끝내고 생각이 다소 달라졌다. 얻어 가기 보다는 내려놓고 가는 것을 배운 책으로 생각된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잔잔한 호수와 같은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 물론 앞으로 누군가가 내 마음의 호수에 돌을 던지겠지만 그러한 돌이 만드는 파장도 다시금 평온한 호수로 되돌릴 수 있는 작은 희망의 원동력을 발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