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한 권의 책을 끝냈다. 하지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세상의 흐름을 그 누구보다도 잘 따르고 있다고 자신하던 나이지만, 이 책 한 권을 통해 그저 시대에 뒤떨어진 마흔의 아저씨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확인하게 되었다.

한때 트렌드 서적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페이스 팝콘이나 제롬글렌, 짐데이토 등 수많은 학자들이 현재를 조명하여 미래를 예측하지만 대부분 미국사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되는 부분이라 다소 내 몸에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한동안 멀리했던 분야이다. 우연찮게 찾아온 기회에 접한 『트렌드 코리아 2014』는 나에게 있어서 다소 충격적이고 경이로운 책이 되었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2013년의 소비 트렌드를 리뷰하고 2부에서는 2014년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다. 13년의 소비 트렌드는 COBRA TWIST로 키워드를 뽑아냈다.(City of hysteris, Otl… nonsense, Bravo, Scandimom, Redefined ownership, Alone with lounging, Taste your life out, Whenever U want, It’s detox time, Surviving burn-out society, Trouble is welcomed)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말을 잘 지어낸다는 생각도 든다.

1부에 2013년의 다양한 소비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치열해져만 가는 대한민국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안타깝다.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소진사회, 날 선 사람들의 도시 등의 이야기는 예민하고 지치고 이로 인해 일종의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의 상태를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2014년의 키워드는 DARK HORSES(Dear, got swag?, Answer is in your body, Read between the ultra-niches, Kiddid 40s, Hybrid patchworks, Organize your platform, Reboot everything, Surprise me, guys, Eyes on you, eyes on me, Say it straight) 이상 20가지로 압축된 2013과 2014의 키워드들 중 내가 생각했던 것은 불과 서너 개에 불과했다. 다른 내용들은 전혀 생소했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노출을 즐기는 사람들

"미니홈피=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많다."

“페이스북=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블로그=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인스타그램=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

"카카아스토리=내자랑+애자랑+개자랑." (Eyes on you, eyes on me 中 p375)

이 책을 통틀어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kiddie 40s"였다. 아이와 같은 40대? 마흔에 갖 진입한 나로서는 내가 마흔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마흔의 삶에 동화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신체적인 현상들까지 발생하고 있다. 과거의 피터팬증후군이라 불리던 것과 유사한 kiddie 40s는 71년 생을 중심으로 형성된 소년 감성, 미적 본능, 소비 본능, 문화 본능이 충만한 사십 대 남성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21세기형 중년이다. 이 밖에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트랜드들이 이 책의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나름 시대의 흐름을 추종하고 세상이 바뀌는 것과 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고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실제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생각과 생활을 했던 나 자신이 다소 초라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조어들이나 현상들을 접할 수 있었고 동의할 수밖에 없는 세상의 흐름들을 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번을 계기로 매년 12월은 새롭게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의 책장을 넘기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트렌드 서적에 나온 현상 중 어떤 부분은 마이너적인 현상들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도 한둘 그러한 것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세상의 마이너가 메이저로 치고 올라가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대 환영이지만 불필요하거나 부정적인 부분은 오히려 역효과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의 흐름을 안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하는 세상에 맞춰가기 위해 허둥지둥 사는 것도 세상의 변화에 담을 쌓고 지내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만큼의 세상을 읽어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