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구나?』 책의 제목이 신기하다. 궁금증을 자아낸다. 표지도 그렇고 왠지 남자는 이 책을 읽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와타야 리사라는 작가도 궁금했고 여성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는 평들이 있어 시작하게 되었다. 이 책은 『불쌍하구나?』 와 『아미는 미인』이라는 두 개의 이야기가 담긴 중편집이다. 두 편의 색깔은 다소 틀렸으나 세심하고, 색다른 묘사들은 남자로서 여성들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시작(불쌍하구나?)은 그저 그랬다. 그냥 여느 소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함. 그리고 약간의 건조함이 묻어나오는 문체들이 전반부를 장식한다. 게다가 주인공 또한 우유부단한 여성으로 자신의 남자친구가 헤어진 여자 친구와 같이 산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 답답함은 나의 성격과 유사한, 나의 평소 모습들과 비슷하기 때문에 읽는 동안 불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실망감에 사로잡혀 중반부를 지날 즈음 극적인 반전이 시작된다. 경상도 사투리로 전개되는 반전은 시원하면서 맛깔스럽다.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시원스럽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말이 맺어졌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주인공의 행동중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일부 있었지만 결국은 내 생각과 일치되었다. 사람 마음은 결국 똑 같은 것 같다.

 

두 번째 중편 『아미는 미인』은 학창시절부터 유난히 미인인 “아미”와 평범한 그의 친구 “사카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변으로부터 항상 칭송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아미 그리고 그러한 아미가 유일하게 친구로 생각하는 사카키. 어쩌면 이 둘은 처음부터 친구가 되기 힘든 관계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졸업후에도 계속 친구로 남는데... 아미가 결혼하겠다고 소개시키는 남자친구는 모두의 예상을 빗겨나가는데...

 

두 번째 이야기는 아미라와 사키키의 복잡한 인간심리(어쩌면 여성의 심리)의 양면성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주변에 보여지는 외적인 부분으로 짐작하는 상대방의 성격과 실제 내재하고 있는 상대방의 성격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심리의 간격을 잘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여성이 썼지만 남자로서 읽어가는데 무리가 없다. 섬세하고 세심한 부분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풋풋하다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20대 전후의 사랑을 다루는 부분에 나의 젊은 시절의 기억들이 살짝 되살아나기도 했다. 이야기들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노란색, 오렌지색 그리고 민트같은 느낌이다.(사실 표지의 색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우중충하고 심각한 내용의 글이 아니어서 다행스러웠고 반가웠다. 그리고 이 책을 마치면서 젊은 작가 와타야 리사의 다른 글에 대한 기대감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