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살았던 시절이 있다. 너무나 크고 신비로운 우주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지금도 밤하늘에 떠있는 무수히 많은 별들은 보면 복잡해진 머리와 꽉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잠시 나 자신을 잊고 온전히 밤하늘에만 푹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학창시절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밤을 달리는 스파이는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때려 부수는 첩보물도 아니다. 순수한 고등학생들이 펼치는 그들만의 첩보전이자 그들만의 사건들을이다. 지금의 나로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건에 대해 그들만의 방식이 존재한다.

 

 

천문반을 중심으로 4명의 개성 강한 아이들이 모였다. 그리고 지도교사 하나. 이들이 중심인물이다. (어쩌면 지도교사는 엑스트라 정도로 치부해도 될 법하다.) 천문반에 지원한 다양한 동기들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헐렁한 관리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 않는 것을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원하는 시기에 밤하늘의 별을 관측한다는 핑계로 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각자의 호칭을 스파이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코드화하여 서로를 불렀다. 붓치, 기, 게이지,조 이것들이 그들의 이름이자 매력적인 암호코드이다.

 

“우리는 밤에만 만나는 것 같네.”

“그러고 보니 그러네,어울리는 애들도 다르니까.”

“낮에는 타인으로, 밤에는 동료로, 이거 꽤 스페셜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우리 관계를 계속 비밀로 유지하는게 어때? 스파이처럼 말이야.”

                                                                                                         - p24 -

 

 

이들이 해결한 사건은 우물가 반딧불 사건, 피자배달 사건, 니트 사건, 고양이 사건 등 정말 별것 아니고 그냥 스쳐지나갈 것만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러한 일들에는 생각지도 못 했던 사연들이 있었고, 그들의 호기심과 추리는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몰입을 유발할 수 있는 속도감이나 긴장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저자 사카키 스카사가 추구하는 따뜻하고 정이 넘치며 순수한 이야기를 한다는 부분에는 어느 정도 부합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자신의 학창시절과 지금의 아이들에 대해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미소를 머금게 만들어주는 내 학창시절과 추억조차 만들기 힘든 지금의 아이들의 모습. 어찌보면 물질적인 풍요로 모든 것들이 넘쳐나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추억들은 부족한 것은 아닐까라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고저를 느끼지 못 했다. 그냥 잔잔하게 풀어가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폭력과 자극적인 이야기들만 접했던 요즘, 훈훈하고 정이 있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