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세상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하는 어둠의 세계에 관한 다크 판타지

 

책의 표지만으로는 그저 순정만화와 같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책의 배경이 미국에서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으로 옮겨지면서 어둠과 안개로 둘러싸인 우중충하고 칙칙한 분위기로 반전된다.

 

이 글은 더블린이라는 도시적 색채가 뿜어내는 매력과 작가적 상상력이 잘 반죽되어 빚어진 작품으로 생각된다. 실제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은 일 년에 한두 달을 제외하고 자주 가랑비가 내리는 도시이다. 다크 판타지를 이야기하기에 딱 좋은 궁합의 배경이라 생각된다. 

 

아일랜드로 유학을 떠난 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평범했던 주인공의 일상은 되돌릴 수 없는 판타지 세계의 중심으로 빠져든다. 마치 블랙홀이 주변의 빛을 빨아들이듯이 주인공 맥의 삶을 송두리째 그곳으로 빨아들인다. 더블린의 그곳으로....

 

안개의 저편(페이의 그림자)은 평범하던 주인공 맥이 페이와 상대할 수 있는 널 능력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배런스라는 미스터리하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페이에 대해 알게 되며 시서두라는 신비한 책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에는 페이, 그림자, 투아데이, 널 능력자, 뱀파이어, 시서두 등 다양한 캐릭터와 전설이 나온다. 그리고 신화적인 이야기와 우주가 마구 뒤섞이는 황당스럽고 당황스러운 설정도 있지만 리타상을 수상한 작가의 섬세하고 풍부한 상상력이 서로간의 빈틈을 촘촘히 메워준다.

 

안개의 저편은 기대 없이 보았다가 어느 순간 빠져버린 소설이다.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는 눈과 손을 책에서 떼지 못할 만큼 몰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겨도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음이 다소 아쉽고 맥이 풀리게 만든다. 2부를 위한 1부의 한계 정도? 하지만 이 책 하나만을 보더라도 완성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후반부를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재료들을 준비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시서두의 비밀이나 그녀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한계는 무엇이며 수수께끼와 같은 배런스의 비밀은 무엇일지.. 궁금증과 호기심을 넘어 2편이 나오기를 목이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숨어 있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