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지구의 종말이나 인류의 종말을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만약 우리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6개월 뿐이라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 책은 그러한 극단적인 전제하에서 출발한다. 마이아라는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된다.

 

 

6개월이 지나면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한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확률은 점점 더 높아져 100%에 이르게 된다. 사람들은 약물이나 종교에 빠지거나, 극단적으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현대문명의 이기들은 점점 더 희소성을 드러내며 사라져 간다. 사회는 점점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은 회색의 종말적 미래만을 맞이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라스트폴리스맨은 원탑의 슈퍼히어로 형사가 나타나 혼란스런 지구를 평정하고 소행성과 충돌하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 치안을 유지하는 스토리를 상상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다소 현실적이다. 리얼리티를 베이스로 인간의 마지막 발악들을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아마게돈이나 우주전쟁 같은 스케일이 큰 sf영화를 상상하는 독자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러하지 않아 더 좋았다)

 

 

이러한 혼란스런 배경의 중심에 선 인물이 있다. 바로 팔라스 형사이다. 그는 이런 시대적인 배경에도 불구하고 사명감과 정의감이 불타는 사람이다. 그에게서 범생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는 신참 형사로 의문의 자살 사건을 맡게 되지만 직감을 통해 자살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에 들어간다. 혼란스러운 사회에서도 자신의 방향을 잃지 않고 묵묵히 역할을 수행해가는 그의 모습에서 일말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나 묘사는 한 편의 sf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디테일하면서 치밀한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종말적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할 거리들을 제공하고 구석구석 박혀있는 사건에 대한 힌트들은 사건을 풀어나가는 재미를 더해준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몇 가지 풀리지 않은 스토리들이 후편을 암시한다. 이 책은 전체 스토리 중 1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살인사건 해결 이후부터 마이아가 지구와 충돌하는 기간 동안의 일들이 2,3편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전작의 성공만큼이나 2편과 3편이 기대된다.

 

 

이 책은 추리소설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 이외에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지는 것 같다. “종말적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다른 어떤 것에 의해 목숨이 끊어지느냐 것의 차이는 뭘까?”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 의미가 있을 것인가?” 등이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질문들에 대한 답은 독자의 몫이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로 애드거상 수상작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색다른 느낌의 추리소설을 찾으시는 분에게 적당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