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만약 당신이 존재하신다면 이 시베스천 데인저필드에게 벼락을 내리소서. 그는 인간이 아니라 쓰레기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이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도무지 책임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술, 여자, 친구와 도둑질 같은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것들만 추구하는 이 더러운 인간.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이 세상에 존재할까? 하지만 돈리비는 내가 더 이상 그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시베스천에 대한 그의 묘사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이 책의 스토리는 정신없이 마구 전개된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 내용은 어느 순간에는 그의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만든다. 혼란스럽기도 하다. 마구 쏟아내는 독백과 같은 묘사들은 과하지만 절묘하다. 돈리비는 천재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글의 시대적인 분위기는 암울하다.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지극히 힘든 일상들이 녹아 있으며,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전후 젊은 세대의 우중충한 현실과 미래도 있다. 여기에 아일랜드라는 나라의 역사적, 지리적 분위기가 잘 버무려져 총체적으로 회색빛을 띠는 소설로 만들어졌다. 쉽지 않으면서 우중충하기까지 한 이 소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법학을 공부하는 젊은 지식인? 시베스천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사랑해”, “키스해줘”, “개새끼”이다. 그의 성향을 단편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들이다. 부인과 자식이 있음에도 정신과 육체의 자유를 꿈꾼다. 알코올과 여자에 대한 본능만이 그의 삶을 조정한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이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시베스천에 대한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쉬지 않고 시베스천에 대해 욕을 퍼부었다. 그러면서도 책을 놓지 못한 이유는 이 쓰레기 같은 인간의 결말은 과연 어떨까라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 호기심이 나를 500페이지의 마지막을 향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쩌면 신의 심판을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은지 며칠이 지났지만 내 뇌리에서 시베스천은 지워지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에 이런 글이 있다. “방종한 진저맨에게 신의 자비가 있기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처벌을 원한다.

 

이 작품을 외설적인 삼류 작품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수준이 너무 높다. 외설은 전체적인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위해 필요한 자연스러운 매개체이다. 그리고 다른 모든 나쁜 행동들도 이 시베스천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기 위해 정당화되어 있다. 쉽지 않은 설정과 전개지만 독특한 이 소설에 매력을 느낀다. 이 책은 내게 다소 생경한 느낌으로 찾아왔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두운 느낌. 하지만 며칠의 시간이 지난 지금 시베스천이라는 인물에 대한 묘한 동경이 생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