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게임 문화의 성장만큼 게임의 학문적 연구가 뒷받침 되어 주지 않았기에 학문적으로 논의해보자. 라는 의도로 씌여진 책이다. 문화부터 접근시켰다.

 

마니아 문화에 우호적이지 않은 한국에서 게임은 주류 문화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온게임넷과 엠비씨 게임의 발전상황을 살펴본다면 게임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내 관심사는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코드 분석에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몰입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을 게임에 접목시켰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 경험의 특징으로 분명한 목표 의식, 피드백 효과, 집중력, 자신감을 들고 있다. "체스, 테니스, 포커와 같은 게임을 할 때 몰입하기 쉬운 이유는 목표와 규칙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참여할 수 있기 때문" (45쪽)이다. 또한 몰입 활동은 작업이 얼마나 순조롭게 진행되는지를 말해주기 때문에, 체스를 둘 때, 등산을 할 때, 노래를 부를 때 자신의 활동이 어느 순간에 있고,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곧바로 알 수 있다(46쪽). 즉 몰입에 따른 발전의 상태에 관한 피드백이 곧바로 행해진다는 것이다. 목표가 명확하고 활동 결과가 바로 나타나면 몰입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정신을 체계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집중하게 되면 한 시간이 일 분처럼 흘러가고 자신의 일에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을 정당화하게 된다(48쪽). 또한 몰입의 경험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49쪽). 칙센트미하이는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몰입 경험은 배움으로 이끄는 힘, 새로운 수준의 과제와 실력으로 올라가게 만드는 힘이라고 말한다(49쪽). 몰입은 즐거운 학습과 향상된 능력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라 할 수 있는데, 결국 이런 에너지의 원천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에 있다.   [쪽 수는 미하이 칙섹트미하이, <몰입의 즐거움>, 해냄, 2010. 의 쪽수.]
페이지 : 75

<몰입의 즐거움>을 읽어본다 해놓고 미루고 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몰입의 특징은 목표 의식, 피드백 효과, 집중력, 자신감이라고 했다. 피드백 효과가 의외라고 생각되는데 각성이 이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각성이 일어나면 몰입이 깨질 수 있다고 교육학에서 배운 기억이 난다. 피드백은 진행 순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첨가된 요소이기에 몰입중에는 '진행 순서 인지'로, 몰입후에 '피드백 효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몰입의 즐거움>을 읽으면 피드백이 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겠지.

 

2. 반복

반복은 모든 게임의 기본이다.

	반복은 게임의 정수다. 게임은 게임 자체 외에는 어떤 것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우연의 세계에서 시간은 영원한 과도기, 흘러가는 현재의 영원한 반복 - 합리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모순이고, 이율배반 - 이다. -하비 퍼거슨   [거다리스, <도박>, 꿈엔들, 2006, 18쪽]   대부분의 도박자는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하지 않는다. 또한 정신분석학에서 주장하듯이, 지고 싶은 피학적인 욕망으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도박자의 의도가 이 두 극단 사이의 어느 한 지점에서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 도박자는 일반적으로 승패의 가능성 그 자체에는 무관심하다. 도박자의 목표는 단순히 게임의 흥분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된 관심사는 무한히 게임을 계속하는 것이다. 스패니어의 표현대로 '이기든 지든 스릴을 느끼는 것이다.'   [거다리스, 앞의 책 288~299쪽]
페이지 : 79~81

 

사실 게임은 반복이다. 그냥 반복이 아니라 상승의 반복이다. 무언가 계속 변화하면서 반복된다. 그 재미에서 몰입이 나오고 중독이 나오는 것 같다. 저자는 반복의 미학에 중점을 두어 설명하고 있다. 거다리스에 이어 들뢰즈의 반복 법칙도 언급한다.

	반복의 의미 생성에 관해서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에서 철학적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 들뢰즈는 책머리에서 반복은 일반성과 구별되어야 하며, 법칙에 반한다고 말한다. 행동이자 관점으로서 반복은 교환 불가능하고, 대체 불가능한 독특성과 관계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반복이 유사성과 등가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게이머가 닌텐도로 <동물의 숲>을 반복적으로 할 때,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왜 같은 것을 매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들뢰즈가 생각하는 반복은 "유사한 것도, 등가적인 것도 갖지 않는 어떤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것과 관계하면서 행동한다(26쪽)". 바둑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에게 바둑은 50년 이상 매일 즐겨도 유사하거나 등가적인 게 아니다. 바둑은 게임의 법칙에 따라 즐기지만, 법칙의 유사한 형식과 내용에 반한다(29쪽). 왜냐하면 반복은 행동을 통해서 법칙의 등가성을 넘어서려 하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반복이 법칙을 반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상승하는 것으로 아이러니다. 아이러니는 규칙을 전도시키고 의미를 전복시킨다. 다른 하나는 하강하는 것으로 유머다. 유머는 귀결들을 이끌어내는 기술이자 계류의 기술, 즉 사건이나 의미들을 지연시키고 묶어두는 기술이다. 들뢰즈는 반복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반복은 해학과 반어에 속하는 사태이다. 반복은 본성상 위반이고 예외이다. 반복은 언제나 법칙에 종속된 특수자들에 반하여 어떤 독특성을 드러내며, 법칙을 만드는 일반성들에 반하여 항상 어떤 보편자를 드러낸다.   [질 들뢰즈, <차이와 반복>, 민음사, 2004, 25~29쪽, 34쪽.]
페이지 : 82~83

 

사실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건 바로 이 대목 때문이다. 반복에는 아이러니와 유머가 있어야 한다는 것. 코미디 프로그램이 이점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역시나 <차이와 반복>이라는 책을 보고 싶어졌다.

 

3. 포틀래치

재미있는 인류학적 사례가 등장한다.

	미 대륙 알래스카와 영국령 콜롬비아 등지에서 살던 인디언들 사이에는 선물 교환 축제인 '포틀래치'가 있다. '신이 주신 술잔'이라는 뜻의 포틀래치는 "광적일 정도로 유별나게 낭비하고 무절제한 소비를 해대는 잔치"로서 그 목적은 "경쟁 상대보다 더 많은 재산을 포기하거나 재산을 파괴하는 데에 있다"(110~111쪽). 벤쿠버 섬 원주민 콰키우틀족의 추장들은 포틀래치를 열어서 자신이 추장으로서 권위와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입증한다. (중략) 이런 포틀래치에 관해 일부 인류학자들은 위신을 얻기 위한 비정상적인 충동으로 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정상적인 것을 위한 반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페이지 : 130~131

지금으로 치면 기부문화의 원조 아니었을까. 권위 있는 사람들이 나누어주는 행위를 통해 권위와 능력을 과시하는 축제였다는데 좀 과격할 정도까지 일어났다고 한다. 정상적인 것을 위한 반대 행위. 필자는 이것이 게임 문화와 같다고 말한다.

 

	게이머는 시간을 소비함으로써 경험치나 아이템 같은 상징적 자산을 얻는데, 이런 증여 역시 원시 부족의 선물 교환 체계에서 그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페이지 : 133

 

포틀래치에서 추장이 재산을 포기하고 상징적 자산인 '권위'를 얻는 것처럼, 게이머들도 자신들의 시간을 포기하고 상징적 자산인 경험치나 아이템을 얻는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추장은 재산을 포기해도 다시 얻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을테지만, 현대인은 게임에 시간을 버리면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할런지.

 

4. 나오는 말

게임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하지만 따뜻한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인류 사회에서 게임만을 위한 게임이 주류 문화로 자리 잡기는 힘들 것같다.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게임이 나와주어야 주류 문화로 입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몰입, 반복, 포틀리치, 이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