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이들의 염원을 오해하고 있다. 아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밝고 건강한 학교’가 아니다. 아이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차분하게 안심하고 배울 수 있는 학교’이다.
페이지 : 233

이 책은 사토마나부 교수가 배움을 중심으로 한 바람직한 수업 모델을 실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수업 모델을 인용해본다.

1. '만남'과 ‘관계’의 교육 – 테일러링과 오케스트레이팅

	배움을 중심으로 한 수업에서 교사는 아이 한명 한명을 주의 깊게 관찰해 가면서 구체적인 작업을 제기하여 배움의 전개를 촉발하고 다양한 발견과 의견이 교류하도록 조직하고 배움의 활동이 풍부하고 깊은 경험이 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행하는 것이다. 즉, ‘만남’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활동이 교사 일의 중심축을 구성한다.
페이지 :  56

여기서 포인트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만남’과 ‘관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 개개인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자력으로 해결하는 배움은 학교에서 조직해야 할 배움이 아니다. 학교는 교사의 도움이나 친구와 협동함으로서 자기 혼자서는 달성할 수 없는 수준 높은 배움을 실현하는 장소이다.
페이지 : 163

저자가 제시하는 만남과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일명 ‘배움의 삼위일체’다. 이걸 실현하려면 학교 교육과정은 전면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배움이란 교육내용인 대상세계(사물)와의 만남과 대화이며 그 과정에서 수행되는 다른 아이들의 인식이나 교사의 인식과의 만남과 대화이며, 새로운 자기자신과의 만남과 대화이다. 배움은 세계만들기(인지적실천)와 친구만들기(대인적실천)와 자기만들기(자기내적실천)의 세 가지 대화적 실천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 대화적 실천에 의해 수행되는 배움의 성격을 배움의 삼위일체라고 부르고 있다.
페이지 : 135

 저자는 학생들에게 ‘만남’과 ‘관계’를 통한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는 교사가 구체적인 방법인 ‘오케스트레이션으로서의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테일러링과 오케스트레이팅이 핵심이다.

	하나는, 아이들 개개인에 대응하는 활동이며 또 하나는 다양한 아이들의 생각이나 이미지를 서로 교류시키는 활동이다.   미국의 교사들은 이 두 가지 활동을 표현하는 적확한 말을 가지고 있다. 전자의 개인에 대응하는 활동을 그들은 ‘테일러링(tailoring)’이라고 부른다. 테일러링은 옷을 재단하는 일이다. 즉, 한 사람 한 사람의 체격에 맞게 옷을 재단하듯이 아이 한명 한명의 개성에 대응하여 수업을 창조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편 후자의 다양한 생각이나 이미지를 서로 교류시키는 활동을 그들은 ‘오케스트레이팅(orchestrating)’이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다른 악기의 다른 음을 교류시켜 심포니를 만들어내듯이 교실에서도 다양한 의견이나 이미지를 교유시켜 하나의 심포니를 만들어 나가듯이 수업을 전개하려고 하는 것이다.
페이지 : 62~63

음악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교사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때로는 개인적으로 반응하고, 때로는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교류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할 줄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재 수업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일본 젊은이들이 패기가 부족한 이유는 시민 교육의 부재때문이 아닐까?

사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앞서 소개한 뉴스를 떠올려보자. 일본 젊은이들이 현실이 어려움에도 현재에 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토마나부 교수에게 질문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그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일본 젊은이들이 패기가 부족한 이유는 시민으로서의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일본 젊은이들이 현재에 만족하는 이유는 현실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교수는 학생들이 현실의 문제를 배워야 한다며 총합학습(우리나라로 치면 ‘재량활동’이라고 한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총합학습은 현실적인 주제(문제)를 핵으로 하여 지식과 경험을 단원으로 조직한 배움이며 교과학습은 교과의 내용(제재)을 핵으로 하여 지식과 경험을 단원으로 조직하는 배움이다.
페이지 : 141

총합학습을 실천하는 학교의 예가 나와 있는데 간략히 소개하자면 지역사회의 문제를 탐구하고 조사하고 배우는 것이다. 요컨대, 현실의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수업으로 지역사회의 문제를 탐구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총합학습의 성공여부는 무엇보다 교사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배움을 즐길 수 있느냐 하는데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배움의 디자이너로서의 교사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 스스로가 좋은 학습자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총합학습을 추진하는 교사에게는 그에 적합한 자질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실’에 기초하여 ‘탐구’를 할 수 있는 자질이지만 이 자질은 학생시절을 우등생으로 보내온 교사보다는 오히려 학생시절에는 공부가 싫었지만 대학이나 사회에서 배움의 즐거움에 눈을 뜬 교사에게 갖추어져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페이지 :  151

우등생보다는 배움의 즐거움에 눈뜬 교사가 더 자질이 있다는 얘기인데, 바꿔 말하면 우등생 교사들은 배움의 즐거움을 가져야 한다는 채찍질일 것이다. 구체적인 채찍질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그렇다면, 왜 많은 교사는 총합학습에서 추구해야 할 현실적 주제나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많은 교사들이 학교 안에서만 활동하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는 살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살아간다면 아이들과 함께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지역사회에 나가게 되면 환경문제, 복지문제, 인권이나 차별문제 등 배워야 할 많은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총합학습은 결코 어려운 영역이 아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과 추구해야 할 주제를 가지는 일, 교실의 배움을 변혁할 의지를 지니는 일, 이 두 가지가 바로 총합학습을 성립시키는 열쇠인 것이다.
페이지 : 139

교사들에게 정치적인 활동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교사들도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탐구하는 수업활동을 하게 해야 학생들이 따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학생들에게 학교 공부만 열심히 시킨다면 우리나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의 젊은이들처럼 패기 없는 20대를 양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벌써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3. 배움의 원동력 – 지속적인 주제 추구가 가능한가?

지속성과 계속성은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 배움의 교육은 이것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전재 하에서 실천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이것은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와 믿음을 이끌어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총합학습에서의 배움의 창조가 학교전체의 배움을 개혁하는 중핵적인 역할을 완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단원에서 단원으로 바뀌는 교과학습과는 달리 총합학습에서는 지속적이고 계속적이고 일관한 주제의 추구가 가능하다. 후쿠이대학 부속중학교의 총합학습에서 이 지속성과 일관성은 중학생들의 배움을 전환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학교의 총합학습은 ‘학년프로젝트’로 조직되어 학년도를 기본단위로 하여 전개되고 있지만 동시에 3년간에 걸친 계속성과 발전성을 내다보고 조직되어 있다.
페이지 : 204

사토마나부 교수는 중학교에서 배움의 교육을 성공시킨다. 나는 그 비결이 지속성과 계속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건 일본이건 중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가장 불안정한 시기를 사는 일일 것이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도 아닌 목표도 역할도 모호한 어정쩡한 학교생활인 것이다. 사토마나부 교수는 지속성과 계속성을 중학교 교육에 실천함으로써 중학생들에게 목표와 역할을 심어준 것으로 판단된다. 중학생들에게 교육을 믿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뜩이나 학생 인권으로 혼란스런 중학교 현장에서 지속성과 계속성을 바탕으로 한 배움의 교육이 실천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무리

이 외에도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책에서 수업 개혁의 방법과 실천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생략하겠다. 학교 차원에서 교사 업무와 회의를 줄이고 공개수업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짧게 정리할 수 있다. 교장의 개혁 의지와 교사의 실천이 필요하겠다.

우리나라 교육은 바뀔 수 있을까? 지금 서울교육감은 학생의 인권 보호에 물고를 트려 한다. 다음 과제는 학교 수업을 시민 교육의 차원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과학습개혁의 중심적인 과제는 한마디로 말하면 공부로부터 배움으로의 전환에 있다. (중략) 공부를 배움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과제는 ‘매개된 활동’을 조직하는 일이다. (중략) 공부를 배움으로 전환하는 두 번째 과제는 ‘협동(모둠 활동)’을 실현하는 일이다.(중략) 공부를 배움으로 전환하는 세 번째 과제는 지식이나 기능을 ‘획득’하여 ‘정착’시키는 학습으로부터 ‘표현’하고 ‘공유’하는 학습으로 이행시키는 일이다.
페이지 : 164~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