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급속한 근대화의 추구로 인해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동아시아 교육 시스템을 비판한다.

 

	원래 동아시아의 교육은 제2차 세계대전 전의 일본식민지 정책하의 일본교육을 모델로 발전한 것이다. 여기에서 소개한 개혁을 보면 과거와 마찬가지의 식민지주의 교육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사태라 볼 수 없다. (중략)   여기에서 동아시아의 학력위기를 복잡하게 만든 하나의 요인으로 신식민지주의 이데올로기에 존재하는 특이한 이항대립의 개념구도를 지적하고 싶다. (중략)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 지도와 원조, 교사중심과 아동중심의 수업관 모두 이항대립의 개념구도에 속박된 사고의 전형이다. 교과의 전통과 생활의 종합을 대립시키는 사고도 신식민지주의 이데올로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략)   이 이항대립의 개념구도를 극복할 학력의 창조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다.
페이지 : 110~111

 

새로운 교육 모델은 우리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틀을 통채로 바꾸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수십만, 어쩌면 수백만이 될 지도 모른다. 공교육을 새 모델로 구축하려 한다면 현재 모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21세기에 맞는 교육 정책을 과감하게 단행할 대통령의 의지와 철학 있는 교육부 장관이 필요하겠다.

 

이항 대립에 대한 해법은 요즘 EBS에서 방영 중인 도올 김용옥 교수의 '중용' 강의에서 찾아볼 수도 있겠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통합적 사고로 가자는 것은 동서양이 21세기에 지향하는 가치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한편,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책 제목은 '공부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이 옳다. 그러나 좀 더 자극적인 제목이 홍보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배움'은 필자가 지향하는 가치인데, 학생들은 시대적 감수성으로 배움의 가치를 알고 있지만 학교는 공부를 시키려고 하기때문에 학교에서 멀어지려 한다는 것이다.

 

	공부의 세계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것에도 부딪치지 않고 스스로를 깨닫지 못하는 세계이며 쾌락보다 고통을 존중하고 비판보다는 순종을, 창조보다는 반복을 중시하는 세계였다. 공부의 세계는 장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세계이며, 그 희생의 대가를 재산이나 지위, 권력에서 찾는 세계였다. 또한 공부의 세계는 사람과 사람의 끈을 끊어 버리고 경쟁을 부추겨 사람과 사람을 지배와 종속관계로 몰아가는 세계였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러한 공부 세계의 바보스러움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반해 배움의 세계는 대상이나 타자, 그리고 자기와 끊임 없이 대화하는 세계이다. 자기를 내면에서부터 허물어뜨려 세계와 확실한 끈을 엮어가는 세계이다. 고독한 자기성찰을 통해 사람들의 연대를 쌓아올리는 세계이다. 또는 보이지 않는 땅으로 자신을 도약시켜 거기에서 일어난 일을 자신의 것으로 연결하는 세계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행복으로 이어지는 많은 타자와 함께 행복을 탐구해 가는 세계이다. 이 같은 배움의 세계 입구에 아이들과 같이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페이지 : 132~133

 

사실 요즘 아이들은 굳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잘 배우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해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쓰여진지 오래 되어서 인터넷을 통한 배움의 가능성을 다루지는 않는다. 내가 아는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활동으로 이미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스스로 찾아서 배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이 먼저 솔선수범하여 배우기를 즐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아이들이 누굴 보고 배우며 자라겠냐는 것이다.  

 

이 책은 통계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주장을 펼쳐나간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2001년도에 나온 책이라 시대에 뒤떨어진 감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전의 일본 교육과 지금의 우리 교육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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