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공포 소설을 잘 안 읽는 편이다. 공포라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왜 굳이 돈을 내고 공포감을 맛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영화관에서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이라는 영화를 보고는 한동안 걷지를 못하고 바들바들 떨며 한참을 놀란 가슴 쓸어내린 때가 2008년이다. 그후로는 공포 영화건, 소설이건 다 멀리했다.

 

이 책은 '아컴 호러:크툴루의 부름'이라는 보드게임 때문에 읽었다. 아컴이라는 도시에서 괴물들과 싸우는 보드게임인데, 미국에서는 꽤 인기있는 게임인 듯하다. 그 게임의 모태가 되는 소설이 바로 이 소설들이라서 배경지식을 갖고자 찾아 읽게 된 것이다. 

 

<아컴 호러 보드게임. 협력 게임으로 TRPG 처럼 플레이 한다.> 

 

처음 읽기 시작하고 이틀 동안 가위에 눌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짜증이 돋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공포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부정적 단어들이 무의식중에 정서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면역이 되었는지 그 후로는 괜찮은 것 같다.

 

다 읽고나니 왜 러브 크래프트의 소설이 유명한지 알 것 같다. 내가 본 호러 영화들은 모두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좀비물도, 바다괴물류도, 캐리비안의 해적도,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이라는 영화도 모두 이 소설들의 어느 한 부분을 차용한 것만 같다. 호러로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의 저변을 넓혀놨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영향력이 크다고 하겠다.

 

이 소설속 아이디어를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다 욹어 먹고 나서야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오는 것은 씁쓸하다. 우리나라도 괴물, 7광구 같은 것들이 러브크래프트식 호러에 비슷하다고 해야할지. 물론 차원(?)은 다르겠지만.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크툴루를 그린 것이라는데, 크툴루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소설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했다는 '러브크래프트 코드' 세트의 표지가 소설 속 분위기와 한층 더 어울린다. 하지만 그 책은 번역이 안좋다는 리뷰글을 보고 고민하다가 이 책을 사게 되었다. 표지 그림 빼고는 두께와 질감에서 만족스럽다. 단편소설로 되어 있어서 틈날 때 읽기 좋다. 번역도 몰입하기에 거부감이 없다.

 

공포 영화나 게임의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20세기 고전 공포의 가장 위대한 실천가 H.P. 러브크래프트를 능가한 사람은 없다.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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