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길을 찾다” - 르네21 <동양고전교실> 제1강 (2011.8.24)

 

지난주 수요일 저녁, 르네21의 ‘동양고전교실’이 열리는 정동 성공회 회관으로 서둘러 발길을 향했다. 안 그래도 시청앞과 광화문 네거리는 늘 복잡한 곳인데 그날은 마침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있던 날이어서 그런지 목청을 높인 구호로 가득한 플랑카드의 숲을 헤치고 나가야만 했다. 성공회 회관 주위에서부터는 작지만 정성껏 쓴 예쁜 화살표 글씨가 강의장소를 안내하고 있었다.

 

‘동양고전교실’은 동양고전 8권을 2년간 체계적으로 읽도록 기획한 르네21의 인문강좌 기본과정이다. 한 학기당 16주 단위로 짜여 있는데 ‘춘추전국과 제자백가’를 다루는 이번 2011년 2학기과정은 12월 7일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열린다.

 

춘추전국시대는 주나라가 도읍을 동쪽의 낙읍으로 옮긴 기원 전 770년부터 진시황이 혼란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를 말한다. 그 가운데 진나라의 세 대부가 반란을 일으켜 나라를 갈라 먹은 기원전 403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을 춘추시대라 부르고 그 이후를 전국시대라고 부른다. 춘추전국의 혼란은 자식을 바꾸어서 잡아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중국 역사상 가장 심한 혼란기였다. 하지만 그런 혼란기 속에서 제자백가가 나와서 사상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시대를 활짝 열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춘추전국시기의 제자백가는 동아시아 모든 고전의 뿌리이며 사상의 출발점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학파들이 공자 맹자 순자를 중심으로 한 유가, 노자 장자 등의 도가, 묵자를 중심으로 한 묵가, 공손룡, 혜시 등의 명가, 상앙, 신도, 한비자 등의 법가, 허행이 중심이 된 농가, 손빈 등의 병가, 추연이 중심이 된 음양가 등이다. 이번 강좌에서는 그러한 제자백가 가운데,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 등이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어떠한 사상을 이루었는지를 살핀다.

 

강좌의 교재는 대학 신입생과 일반인들의 동양철학 입문서로 기획되어 지난 1993년에 처음 출간된 『동양철학 에세이』다. 2006년에는 책의 내용을 더 이해하기 쉽게 일러스트를 넣고, 책 말미에 ‘더 읽으면 좋은 책’ 을 덧붙이는 등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편집과 디자인을 완전히 새롭게 꾸민 개정판을 출간했다. 그러다보니 재미있게 술술 읽히지만 동양고전의 내용 자체가 워낙 묵직하고 심오하다 보니 허랑하게 읽을 책은 결코 아니다. 책을 같이 쓴 김교빈, 이현구 선생님이 이번 강좌의 강사로 참여한다.

 

첫날 뵌 김교빈 선생님은 호서대 철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문턱없는 밥집’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다. 작은 체구에 온화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이고 강단있는 강의로 삽시간에 좌중을 빨아들였다. 첫 시간은 전체적인 강의 개요와 함께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는 어떻게 탄생했는가’라는 주제로 중국 역사 속에서 제자백가의 탄생배경을 사회 경제적 배경과 문화적 배경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풀어 주었다. 마침 다른 독서모임에서 사마천의 ‘사기’를 읽는 중이라서 개인적으로는 강의 내용이 훨씬 더 각별하게 다가왔다. 이번 강좌가 ‘동양철학은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와 같은 편견을 떨쳐 내고, 2천5백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여기’에 여전히 유효한 울림과 성찰을 제공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침 더운 여름이 지나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는 처서가 지났다. 책읽기 좋은 계절이다. ‘동양고전’과 함께 하는 ‘철학의 향연’에 여러분들을 초대한다. -끝-

 

르네21, 동양고전, 동양철학에세이, 김교빈, 구름을벗어난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