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읽게된 계기는 책에 대한 서평이나 이런 저런 추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읽는 것을 여러번 목격하였고 책 표지의 그림에서 주인공이 얼굴을 가리는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인터넷으로 아주 싸게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 벤은 월 스트리트에서 잘나가는 변호사 중 한명이다. 원래 사진가를 꿈꾸었지만 밥벌이가 너무 힘들고 월 스트리트에서 증권거래인이 있던 아버지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로스쿨에 입학하여 변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지하실에 별도 암실을 꾸미고 최신 카메라를 사며 사진을 찍는 등 사진가의 꿈은 버리지 않은체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와 이웃의 사진작가 지망생 게리와의 불륜을 알아차리게 되고 우발적으로 게리를 살해하게 된다. 그 이후 자신의 죽음을 요트 사고사를 위장하고 자신이 살해한 사진가 지망생으로 몬테나라는 중소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몬테나에서 이전까지의 꿈이었던 사진가로 살게 되고 우연히 찍게된 대규모 산불 현장 사진들로 인해 원치 않은(?) 유명세를 타게되고 이로 인해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위험에 처한다...(중략)

소설은 '만약 현재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하는 처지가 된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가끔은 나도 현재의 삶에서 일탈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때도 많이 있다. 현재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 새로운 삶에 대한 막연한 설렘과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과는 차이가 있다. 범죄를 저질렀고 어쩔 수 없이 도피의 새로운 삶을 택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삶 속에서 주인공은 그동안 억눌렸던 자신의 꿈을 다시 찾으려 애쓴다. 그리고 찾아온 유명세는 기쁘기는 하지만 거기엔 진짜 주인공 벤은 없고 벤이 가장한 게리만 있을 뿐이다. 이런 주인공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실제 그의 망가진 첫번째 삶에서도 그러하고 두번째 다른 사람을 가장한 삶에서 역시 진정한 자신을 찾지 못하는 그 처지가 불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날의 꿈과는 다른 삶은 살고 있는 나를 주인공에 투영하고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더 아프다. 소설 중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상사 잭이 주인공에게 한 말이 마치 나에게 말하는 듯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p 49 " 이제와서 가장 참기 힘든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없는 일인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