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엄마의 그 존재를 절실히 느끼고 산다 자부했던(?) 가족들이 엄마를 서울역 지하철에서 잃어버리고, 그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엄마에 대한 기억을 하나 하나 떠 올리면서 다시금 엄마의 존재와 그 삶을 각자의 기억과 경험에서 되돌아보고 시간의 흐름 가운데 이제는 이승을 떠나 먼 곳으로 가기전 새의 몸을 빌려 가족들과 자신만의 기억의 사람, 처소를 찾아보는 엄마의 생각으로 구성된 책.
작가로 살고 있는 큰 딸이 엄마가 사라진 후 겪는 이야기로 시작되어 엄마의 가장 큰 희망이자 기둥이었던 큰 아들, 한 평생 바라보고 함께 살았지만 엄마가 사라지고도 얼마가 지나서야(아이들이 엄마를 못찾아 불안해하고 날카로와 지는 것을 보며 시골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나서야) 평생 짝지와의 생활과 추억, 자신만을 위주로 살아오고 판단했던 과거가 얼마나 잘못되었었는지를 알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거쳐, 육신을 잃었지만 아직 이승을 떠나지는 않고 마음에 많이 담아두었던 작은 딸과 큰 딸, 아들을 거쳐 엄마만의 애틋한 기억의 사람, 엄마의 엄마를 새의 몸을 빌려 둘러보고 만나는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엄마의 걱정때문에 비행기를 타도 몰래 탔던 큰 딸이 엄마가 사라진 9개월 후 결혼 예정자와 함께 이탈리아로 가서 성 베드로 성당을 돌아보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을 보며 창세 이래로의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며 ’엄마를 부탁해’라고 읊조리는 것으로 장면은 끝이난다.
더이상 엄마의 육신을 찾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가슴에 묻으며.. 평생 글을 배우지 못해 암흑속에 살면서도 가정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강단있게 살아 온 우리 어머니의 대표적인 모습이면서(지금 기준하여 60여세 이상의 어르신들의 이야기다) 그 분들도 사실은 젊고 예쁠적이 있었고 꿈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요즘 보기드문 소설임에 틀림없다. 이제 2~30여년이 지나면 이러한 이야기들도 비현실적인양 취급받고 없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잘 아는 작가라 생각했는데 작가 이력을 봐도, 내용의 형식과 느낌/흐름을 보아도 나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한 사람은 신달림 작가였는 것 같기도 하고.. 각설하고, 어쨌든 짠한 글이다. 옆에 있어도 그 존재를 나나 가족을 위한(’위한’도 아니다. 그저 여불때기 먼지떨이 정도로 생각한다면 적절한 표현이 되려나?) 소모품이나 자동 서비스 로봇쯤으로나 생각하고 가끔 고마워하며 생색내면 다 된 것인양 살았지, 어머니 그 존재 자체로서의 인생(삶)이나 존재로 과연 생각해 보았느냐 말이다. 저자가 그런 면에서 어머니 자신으로서의 존재를 나타내고자 함은 당연히 그리고 전혀 과하지 않은 훌륭한 일이다. 독자들을 감안하여 그런 것인지 작가의 생각 자체가 그렇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머니의 희생과 자식을 위한 오롯한 노력/집중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일견 상투적이라(에구! 나는 정말 나쁜놈이다. 지 할 바는 다 못하면서 또 글을 글로만 분석하려 하니..), 몰입하여 지날때는 눈물이 앞을 가리나 여건상 한참을 놓았다가 읽기를 계속하면 감정 이입이 쉬 안되었다.
굳이 ’그 사람’을 등장시켜야 했는가 하는 것도 이 글을 읽으면서 계속 의문으로 남는 점이다. 거의 절대 돌아보거나 살피지 않는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살기에는 한 여인의 일생이, 그 살아 뛰는 심장이 견디지 못할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 아님 생각이 많고 사랑이 많고 고결하며 강한, 글 속의 어머니가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살았다는 것이 페미니즘 기준으로 부족했거나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한 것인지.. 잔잔한 물결의 흐름에 갑자기 출처모르는 돌맹이가 한 번 던져지고, 아무런 설명이 없이 또 물결은 흐른다는 설정처럼 내게는 뭔가 이해되지 않는 그런 제시어다(물결이 흐른다는 이 표현이 맞기는 하나?).

’너’나 ’그’, ’당신’이라 부르는 화법을 보며 누구의 관점인가 생각했지만 평론가가 이 작품에 대하여 평하며 이 모든것이 어머니의 시선으로 처리되었다 평한것 처럼 과연 어머니의 시선으로 모든 것이 쓰여진 것인가 하는 데에도 약간의 이견이 있다. 다중 시선이 될 수도 있고, 그 가족을 들여다 본 작가의 관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새의 몸을 빌려,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아쉬움에 맴도는 어머니의 넋이 이곳 저곳 자신의 일생이 점철되고 추억이 아로새겨진 곳을 다니며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는 것이 참 이상하게 느껴졌다. 감동이 확 밀려오는 작품이 도중에 갑자기 신파조로 전락한 것 같은 그런..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 어설프다 하기도 모자란 짧고 거친 소견이라 어디 내세울 수도 누구에게 읽어달라 할 수도 없지만 그저 내가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한 느낌이나 소회를 정리할 뿐이니 혹 이 글이 작가에게 알려져도(그럴 리 없고,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하겠지만) 그냥 무시해 버리면 될 것이니.. 산의 새가 그냥저냥 지 맘대로 우지짖듯이.. 작가의 의도는 알겠으나 지속적인 몰입은 어려웠던, 오랫만에 가슴 짠한 좋은 작품을 만나 눈에 물도 채워 안구 건조증도 조금은 해소한(^^), 삶에 도움을 준 기회였지만 눈의 물이 계속 공급되어 넘쳐 흐르지는 않은 작품으로 내게는 정리된다. ★★★★

참,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마지막 큰 딸의 이탈리아 여행 장면중에 나오는 것 중에 창세 이래로 마리아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라든가, 뭔가 사실과 다른(?) - 또는 현재까지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적용하는 설이 아닌 - 내용들이 있는 것 같은데 나의 착가인지 아니면 작가의 실수인지.. 별 것 아니지만 작품의 치밀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면 그 작품에 대한 기대와 평가가 모래성처럼 무너지기도 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