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차를 타고 가다가 앞이 보이지 않고 온통 하얗게만 보이는 이상한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집에다 데려다 주고 그 남자의 차를 훔친 자에게도 역시 눈이 멀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하며, 설명할 수 없는 전염 현상으로 도시의 사람들이 차례로 눈이 멀어져가는 과정에서 눈이 먼 상태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할 까를 전개한 소설.

  먼저 눈 먼 자들을 격리하고 보살피다가 전염의 확산으로(군인들까지도 눈이 멀어가며) 두려움에 총기를 난사하여 사람이 죽게되는 사회적 현상, 눈 먼 자들이 그 상황에 적응해 가는 방법과 과정에 대한 묘사, 눈 먼 자들 특히 수용소에 모이는 수가 늘면서 그 수용자들이 느끼게 되는 욕망과 분열의 과정과 순서.  그러한 상황에서도 조직 이기주의가 태동하여 협력보다는 독점과 폭력으로 모두를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 사회의 익히 예측되어지는 더러운 표상들.  이 과정에 단 한 사람 우아하고 지적이며 남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안과 의사 아내만이 시력을 유지하고 세상을 보게 되는데 그 눈을 통해 우리는 모두가 눈 멀고 난 후 세상은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알 수 있다.  1차, 2차적인 생존 욕구로부터 눈 먼 후에도 사회적 협력이나 세력 조직을 통해 더 고차원적인 대책을 찾는 모습들.  모든 것을 버리고 난 후 사람들이 보여주게 되는 헌신과 교감도 또 다른 한 단면이 된다.  이 눈 멀지 않은 지도자를 통해 안식처를 찾은 그들에게, 처음에 있던 기존 생활에서 추구했던 집착과 욕심들은 이제 또 다른 자유와 사랑의 형태를 보이기 시작하고 예기치 않게 되돌아 오기 시작하는 시력들은 인간이 자신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면 동물과 다름 없음을 모두에게 알려준다.

  발상이 놀랍기도 하지만 인간 내면과 사회성을 망라한 세밀한 작업들이 더욱 놀라운 작품이다.

  베스트셀러이고 제목이 멋있어서 산 책.  하지만 도입부부터 회색스럽고 암울한 듯하여 손이 쉬 가질 않더니..  침착허니 마음을 다잡고 정독하면서부터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을(이렇듯 세밀하고 섬세하게 사람들의 본성을 묘사할 수 있다니!) 하게 만든 작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들이 대개 깊이가 있어서 놀랍거나 모르겠거나(이것도 놀라운 범주일 수도 있겠다) 한데(나에게는) 이번의 경우는 놀라운(경외(?)) 경우에 속한다 하겠다.  사람들 욕구의 순서의 관점에서 보아도, 수 많은 세월동안 만들어져온 조직화의 관점에서 보아도 저자의 관점은 참으로 탁월하다.  기존의 많은 이론들과 차별화 되면서도 그 이론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욕구와 절망의 혼합이 만들어내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나(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뭔가 납득이 되는) 자신의 욕구를 접은 듯 하지만 결국은 속에 숨기고 있을 뿐이며 조직화를 찬성하나 자신의 역할을 늘 스스로 선정하고 싶어하되 지속되는 절망의 시간 속에 자기 이기주의를 버려가는..(작가는 선척적으로 성선설을 믿는 듯 하고 나름 거대한 절망속에서라도 희망을 가져야 함을 전하고 있는 듯 하다(?)).

  모두가 눈 멀어버리고 한 사람만이 눈 멀지 않게되는 참신한 발상(그리고 그 눈 멀지 않은 사람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경험과 육체적 힘은 가지지 못한 인텔리 여성이어서 강력한 행위를 스스로 이끌어 낼 수 없기에 주인공의 관점을 가지면서도 누구나의 입장도 될 수 있음을 작가는 의도적으로 설정하여 보다 더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킨다)을 통해서 인간 내면의 추악함/약함/비열함 등을 보여주고 수 많은 세월동안 인간이 체득해 온 것들에 대한 맹목적(?) 향수와 재현 노력을 습관화 이후에는 그러한 것들이 본성이 될 수 있음으로 설명하려는 것 같다.  소감을 쓰다 말고 보름 이상 지나 연결 하려니까 나도 뭔 말인지 모르겠는 부분이 있지만 뭔가 한 단계 더 깊은 곳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 작가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