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젊어(?) 글쓰기를 좋아하고 인생의 진솔한 해부를 원했던 유준이라는 친구가 4.19나 5.16등을 거치면서 친구들과 겪고 논했던 사상들과 한 인간으로 독립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이야기서부터 각 친구들의 관점과 기억들을 빌어 쓴 각 가정의 식구들 이야기와 그들의 삶 이야기, 친구들의 죽음들.
특별히 적당한 과거 경력과 재력, 타고난 듯한 영민함이 있는 소설 전반의 화자인 유준의 가족들의 내력과 그 때 그 때의 삶, 유준의 자살 시도에서부터 각 처를 친구와 도망치듯 다니며 살고 겪은 일, 그리고 자유인으로 보여 선뜻 따라 나섰지만 결국 결혼한 자의 한계를 보여준 대위라는 사람과의 막일 여행, 사랑인지는 잘 모르지만 뭔가 애틋함을 느꼈던 이성과 같이 있었던 시간들의 기억 등이 그네들의 표현 방법으로 쓰여진 글.
시작과 끝은 유준이 입대후 월남 파병부대로 지명되어 월남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비공식 외박에서의 현재 진행형 회상으로 구성되었다. 이 시대에 30년도 넘은 과거를 현재로 삼아 대략 6~7년 정도의 젊은 날의 헛지기와 패기, 열정과 분노, 도전과 좌절을 작가는 참 잘 그려냈다.

인생을 자유롭게 사는 듯 하여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대위가 가족으로부터의 철저한 탈출은 하지 못함과 샛별이 저녁에 뜨면 개밥바라기별이 되는 것이 복선으로 깔려 젊음의 방황과 삶으로의 회귀와 갈등을 짐짓 잛은 묘사로도 한 번 더 그 때를 생각나게 한다.

이제 40대 중반의 가장으로서 예전의 치기가 문득 떠오르기는 하지만 현실감은 잘 느껴지지 않는, 공돌이 출신으로 '니네라는 말이 안 통해' 하며 우리를 은근히 깔보던 문과 녀석들의 논조가 더 많이 녹아있는 듯한 글이어서 그런지 내 얘기는 아닌 듯도 하는 것이, 내 시절보다도 10여년 이상 더 과거의 일을 현재처럼 그려내었기에 나도 그 감정을 잘 모르는 부분이 있기도 할 테다. 뭔가 젊은 날에 마음 속에 있었던 짐 한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고 나름 유진과 그 친구들의 시각으로 그 당시의 시대도 보고 절은 날들의 관심사도 볼 수 있어 좋은 작품이다.
다만, 건강한 젊음보다는 '겨울 나그네'나 '젊은 날의 초상' 보다 더 어둡기만 한 것 같아 꼭 내가 좋아하기만 할 작품은 아니다. 각종 문학상 받았던 작품들이 한결같이 젊은날의 아픔을 이야기하거나 염세적인 듯 한 것이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 나다. 표현하기 어려운 이성과 사상, 욕망과 삶의 중심의 변화와 반응 등을 잘 묘사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그런것을 잘 하거나, 그런 상황을 대상으로 글을 씀을 우선 인정했던 것은 아닌지.

우리가 잘 아는 샛별이 저녁에 뜨면 개가 밥주기를 바라듯이 바라본다 해서 개밥바라기별로 부른다 하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샛별이 개밥바라기별이라고도 하듯이 이상과 현실사이의 갈등을 묘사하고자 한 이 소설의 제목으로는 잘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