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불광불급..미쳐야 미친다" 에 나오는 인물 중 김득신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 왔습니다. 참고로 조선시대 억만은 현재 10만을 나타내고 그 이하는 단위가 같습니다.(위에서 억만번 읽다는 10만번 읽다 입니다. 또한 조선시대 책들은 아주 분량이 작은 것도 많습니다.)

충북 괴산을 끼고 흐르는 강을 괴강(槐江)이라 불렀다. 괴강이 흐르는 괴산읍 능촌리에 임진왜란때 전공을 세운 김시민 장군을 제향하는 충민사가있다. 그곳에서 멀지않은 강언덕 한적한곳에 취묵당이있다.

 

 

취묵당은 취하여도 입을 다무는 집이라는 뜻으로 김득신(1604 -1684)은 이곳에서 같은 글을 수만번이나 읽었다. 취묵당은 원래 초가였지만 기와를 얹어 복원하였다. 괴강 강가에 그런대로 예스러운 모습이다

김득신은 1642년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었다. 당시 한문 사대가인 이식(李植)으로부터 “그대의 시문이 당금 제일”이라는 평을 들음으로써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뒤늦게 벼슬에 올랐으나 장차 일어날 사화(士禍)를 예견하여 벼슬을 버리고 괴산읍 능촌리에 있는 취묵당(醉默堂)에 내려와 시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취묵당에서 김득신은 독서에 전념하였다. ‘고문삼십육수독수기“에 따르면 1634년부터 1670년까지 36년간 ’사기‘(史記) ’백이전‘을 1억1만 3천번(현재 113,000번) 읽은것을 위시하여 웬만한 글은 만번(그대로 만번) 이상 읽어야 적성이 풀렸다고한다.

 

또한 자신의 삶에 온갖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새겨놓은 과정을 통하여 평생에 걸쳐 삶을 수련하는 정신의 도량이기도 했던 것이다.

서재 ‘억만재(億萬齋)’는 글자 뜻 그대로 김득신이 글을 읽을 때 1만 번이 넘지 않으면 멈추지 않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건물안에는 중건기 각종 시문등 현액이 걸려있고 김득신이 쓴 <醉默堂>이란 현판과 후손 김교헌이 쓴 <억만재>라는 편액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그의 뛰어난 문장이 세상에 알려지니 효종이 그의 ’용호한강시(龍湖漢江詩)’를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문보다는 시, 특히 오언· 칠언절구를 잘 지었다. 취묵당 전면 기둥에는 시 용호(龍湖)을  양각한 주련이있다. 제3구의 주련이 없어져 임시로 종이로 써서 붙였다.

■용호(龍湖)

고목한운리(古木寒雲裏) / 고목은 찬 구름 속에 잠기고

추산백우변(秋山白雨邊) / 가을 산엔 소낙비 들이치네.

모강풍랑기(暮江風浪起) / 날 저문 강에 풍랑이 일자

어자급회선(漁子急回船) / 어부는 급히 뱃머리를 돌리네. 

 
백곡은 노둔한 천품에도 불구하고 후천적인 노력을 통하여 시(詩)로 일가를 이룬 ’고음과 다독’ 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경세치평(經世治平)이라는 유가적 이상을 당쟁의 현실 속에서 실천하지 못한 번뇌를 토로하기도 하지만 진보적인 시(詩)의식을 가지고 중세에서 근대로 가는 변천기에 활동했던 문예담당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실제 그는 창작활동의 소산으로 주옥같은 시를 남겼는가 하면 한시비평의 기준을 마련한 비평가로 한국한문학사에 확고히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김득신은 81세에 생을 마쳤는데 묘는 충북 괴산군 증평읍 율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