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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기 초 512년 부터 562년까지의 대가야 멸망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가야금에 대한 순수예술의 소설이다. 대가야 우륵에 의해 만들어진 가야금은 1500년이 넘게 지금껏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작은 가야금이 그 어느 나라의 역사보다 유구하며 또 그 앞날이 영원할 거라 생각하니...예술의 영원성 이란 것을 새삼 생각하며 옷깃을 여미어 진다.

ㅇ 책의 내용 중에서(P.266)
우륵과 거덕대사는 이문이 내온 뜨거운 차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래전에, 떠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는 한 여인을 돌본 적이 있었습니다. 여인은 딸을 낳았고,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게 지바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 흐로 오래도록 소식이 없어 항상 걱정하였는데, 며칠 전 국경 근처에서 우연히 그녀의 무덤을 찾았습니다."
".......,"
"소승이 그녀을 위해 제를 올렸는데....., 선생께서도 훗날 한 번 찾아 보셨으면 합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였지만 우륵은 온몸이 얼어 붙는 것 같았다.

"혹시 왕산악이라는 분에 대해서 아시는지요?"
우륵이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거덕대사는 다시 엉뚱한 이야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거문고를 만드신 고구려의 악성 아닙니까? 제 어린 시절 사숙의 대상이셨습니다."
우륵의 말에 거덕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산악 선생은 말년에 악을 가르치전 제자 하나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 결실로 딸이 태어났는데, 왕산악 선생이 세상을 떠난 후 그 딸은 이복형제들의 박해를 받았습니다. 왕산악 선생은 본래 재상을 지낸 지체 높은 집안 출신이었으니, 선생의 본처 소생들에게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난 그녀는 눈엣가시였겠지요. 결국 이복형제들은 그녀를 노예상인에게 팔아넘겨 버립니다."
우륵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평온한 거덕대사의 눈과 마주쳤다.

"그렇습니다. 지아비를 찾아 나선 비운의 여인은 바로 왕산악 선생의 서녀였습니다."
우륵은 목이 타들어 가는 갈증을 느꼈다. 온몸이 떨려 왔다.
"그..... 그 딸아이는 ......어떻게 됐습니까?"
"어딘가 살아 있겠지요."
해잘한 듯 평온해 보이는 거덕대사의 미소가 우륵의 폐부를 찔렀다.

......(중략).....

바로 그 때, 우륵의 머릿속에 아주 오래된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우륵이 가희의 손목에 묶어 주었던 바로 그 명주실이었던 것이다.
우륵은 비단형겊에 싸인 명주실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은야가 자신의 딸이었다니....!
(우륵-가희 => 은야)

ㅇ 부연설명
이 책은 일종의 역사소설인데, 가야금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고구려 장수왕의 남하정책에 대응하여 나제동맹이 결성되는 치열한 삼국의 패권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6가야의 금관가야, 그리고 대가야(우륵 가야금)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다.

금관가야는 신라 법흥왕때 복속하였는데 그 때 금관가야의 왕은 구형왕으로 삼국통일의 중추적 역할을 한 김유신의 조부(할아버지)이다. 젊었을 때 김유신의 천관녀에 대한 사랑은 청년 김유신의 고뇌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역사 소설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순수소설(예술)은 영혼을 맑게 정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가치 있는 곳에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은 의미있는 것 같다.
부록에"은야(가야의 은혜)"와 "사랑의 서(맹세)" 가 담긴 가야금 CD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