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의 화해를 위한 새로운 시도

박유하, [화해를 위해서](뿌리와이파리, 2005)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광복한지도 어느덧 60년이 지났다.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한 ․ 일간의 관계는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엉켜있고, 일본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은 여전하다. 고이즈미 총리 시절,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인해 한 ․ 일간에 커다란 마찰을 빗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역사 교과서 검정 문제, 위안부 보상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등 풀어야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으로 인해 위의 4가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도 않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안돼,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면 안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해라, 독도는 우리땅’ 와 같은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일전에 이영훈 서울대 교수나 가수 조영남은 위의 문제에 다른 의견을 피력한 이후 친일파라 매장을 당했었다. 이처럼 일본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한 시대적 상황에서 박유하는 ‘화해를 위해서’란 책을 통해 위의 4가지 문제에 대해 색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교과서, 위안부, 야스쿠니, 독도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분석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민족주의 사상에 기반한 교과서의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과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의 일본 교과서 비판이 궁극적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애국심과 민족주의적 사상이 바탕이된 우리나라의 교과서도 수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일본 역사 교과서의 흐름이 이전까지는 군국주의, 민족주의의 사상을 반성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있었다는 점을 모른 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점을 비난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안의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가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자료를 통해 알려주며, 일본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음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서 미군 기지 근처에 기지촌 여성들이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말하며, 일본의 위안부 문제를 문제삼으면서 우리 안의 위안부를 만들었다는 점은 모순이라 말한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가 일본의 강제에 의해 일어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자신의 가부장적 사고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말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비판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국립묘지 안에는 베트남 전쟁의 가해자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묘가 있다는 점을 밝히며 우리나라가 일본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말한다. 대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는데 있어서 감사의 목적이 아닌 사죄의 목적을 가지고 참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의 역사서를 찾아봐도 두 나라 모두 자신의 땅이라 말할 수 있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고, 이전의 울릉도, 독도에서는 누구의 땅이건 간에 한국인과 일본인이 섞여서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는 점,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서 양국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을 말하며 차라리 독도를 공동 소유로 하자고 제안한다. 독도는 양국의 경계가 아닌 화해를 위한 소통의 경계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위의 내용이 한 ․ 일 문제에 대해 무조건적 비판이 아닌 나름대로의 체계적인 분석을 가지고 색다른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의견을 제시하는데 있어서의 논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군사화에 대해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의 이라크 파병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나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도 미군 기지촌 근처에 매춘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말하며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다를게 없다는 식의 주장은 논거로써 부족하다. 또한 해결책으로 민족주의적 관점을 벗어나 공통의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를 바라보자는 식의 주장은 4가지 문제를 푸는데 있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추상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탁상공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 ․ 일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저자의 새로운 의견은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저자와 같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잦은 시도가 있어야 서로의 의견차를 좁히고 이해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언제까지 적대적인 관계로 지낼 것인가. 양국 간의 잘못 된 점은 서로 인정하고 보다 열린 사고로 한 ․ 일간의 문제에 접근한다면 화해도 좀 더 가까워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