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온종일 말이 많다.

밥 먹을 때에도 물론이고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 때까지 수다는 끝이 없다.

그렇게나 왕수다쟁이인데 왜 밖에만 나가면 꿀 먹은 벙어리모양 말이 없는 것일까.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와도 다른 어떤 걸 물어도 그토록 얌전하게 수줍은 듯 말이 없다.

너 몇 살이냐고 물으시잖아, 네가 얘기해.

하면 우물우물 몇 살이라고 내어뱉는데 목구멍에서 걸려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소리가 작다.

선생님 앞에서도 부르면 미처 말하기도 전에 얼굴부터 빨개진단다.

등 떠밀어 내보내고 싶건만 그러면 아이 스스로도 알텐데 더 상처받을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속만 탄다.

이야기 할 때에는 큰 소리로 또록또록 확실하게 이야기해야 네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나 보다.

내성적이라서 그렇겠거니 했는데 내성적인 것과 수줍은 것은 다른 것이라 한다.

수줍음도 연습하면 고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 수빈이나 유진이, 지훈이 이야기를 통해 아이가 뭔가 깨닫고 배우는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점은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볼 수 있게 하는 점과 누군가 나를 놀리면 마음이 아픈 것처럼 다른 친구를 놀릴 때 그 친구의 마음도 그렇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부분이 좋았다.

사람들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생각도 의견도 다를 수 있으니 용기를 내어 좋고 싫음을 분명히 밝히라는 말,

작은 목소리로 말하거나 얼굴이 빨개져도 괜찮으니 용기를 내어 말을 해보라는 부분,

아이들에게 일러주는 부분이 수줍음 많은 아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던 책이다.

무조건 용기를 내라는 책보다 아이의 마음을 잘 알고 보듬어 주는 책이어서.

영국케임브리지대학교 교육학부 아동상담학 박사과정의 이루다님의 조언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좋은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아이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거나 고치려고 하지 않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이다.

아이가 잘 하는 점을 찾아내어 칭찬해주고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물건을 살 때에도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물으며,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리라.

아이에게만 변화를 가져다주는 책이 아니라 나에게 깨우침을 주는 좋은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