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타는 수선화]의 원제는 "달도 몽롱, 새도 몽롱"이다. 어감이 마치 동화같은데 사랑의 매개체가 바로 아이이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여진 듯 하다. 작가 경요는 "초초"라는 영악한 꼬맹이가 위붕비와 영산의 사랑을 잇게 만들었다. 그래서 타작품에 비해 동화같고, 동요같은 글들이 펼쳐진다.

"우리 아빠가 너를 죽여버릴 거야."  못되먹은 아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엄성은 상실한 채 어른을 향해 아이가 뱉어내는 독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요즘에는 이런 아이들을 길거리에서 간혹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워낙 적게 낳는 추세이고 보니, 내 아이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가끔 눈에 띄인다. 그들은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휘젖고 다녀도 내버려두고, 영화관에 1살도 채 되지 않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해도 꿎꿎하게 아이의 큰 울음속에서 타인들이 영화를 보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다. 어른들에게 버릇없이 굴어도 결코 꾸짖지도 않고, 도리어 잘했다고 칭찬하는 엄마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적이 얼마전에도 있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망치는 부모도 있기는 있었다. 새삼 부모님께 얼마나 감사했었는지. 때려서라도 잘못된 것을 알려주셨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부모가 내버려둔 아이 초초는 어른들에게 악담과 독설을 퍼부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자란 아이였다. 그래서 영산은 그애에게,

"좋아! 네 아빠가 나를 죽일 수 있다면 기다리겠어!."라고 응수한다.

어찌보면 어른과 아이의 유치한 대결처럼 보이지만 초초는 적어도 오늘 맞수를 제대로 만난 셈이었다. 하지만 영산은 거기에서 멈출 수 없었다. 초초의 아빠는 더 강적이었으니까.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영산의 집에 자신의 가정부를 시켜 불러오도록 만들고, 처음 보는 영산의 면전에 대놓고 "서~!!"라고 반말을 해대고. 아빠와 아이가 똑.같.다.

그리고 결국 초초는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의 엉덩이에 불을 붙여 그녀를 쫓아냈다. 이런 꼬마 악마가 있다면 얼마나 세상이 무시무시할까. 아, 사탄의 인형보다 더 무서운 아이가 책 속에 있었다. 

하지만 이 제멋대로인 아이는 정말 몰라서 못되게 굴고 있었다. 정말 몰라서 가정부의 옷에 불을 질렀다. 구멍이 크게 날때까지. 이런 아이를 못본척 하기에 영산은 너무나 마음이 여리고 착한 여자였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엮여져 갔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이 독한 아이가 연결고리가 되어 시작된다.

언제봐도 멋진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