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책으로 배우게 된 것들이 많다. 하나같이 비슷한 내용들이 열거되어 있어도 쉬이 지나치지 못하는 까닭은 내 게으름으로 인해 고양이의 건강에 도움이 될 상식을 놓치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아이를 기르는 마음으로 돌보게 되는 고양이. 좀 더 건강히 녀석과 오래 살고 싶은 소망은 어느 집사에게나 있는 일일테지만 유독 걱정이 많은 나는 좀 더 확실히 알아야 걱정을 덜겠다 싶어 성격상 꼼꼼히 공부하고 있었다. 수의사가 될 것도 아니면서. 좀 웃기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학창 시절 국어와 역사에 강했던 내게 친구들은 그 분야의 어떤 참고서가 도움이 되냐고 묻곤 했었다. 베프가 시중 영어 문제집이란 문제집은 다 풀어보는 기염을 통한 아이여서 그 애에겐 영어문제집에 관한 질문들이 쏟어졌던 것과는 달리 내겐 국어와 책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져나왔었다. 수능의 긴 지문에 질려 하던 아이들은 필독서들을 읽기보다는 편법으로 내게 이야기를 듣고 요약본을 얻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찾아오곤 했었는데, 논술을 앞두고 그 편법성 공부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더 극성맞게 날 찾아오기도 했었다. 

흔히 한 과목에 집중하거나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들어 모든 과목에 통달한 녀석들은 과목별 문제집을 고를때 어느 출판사의 내용이 알찬지 잘 골라낼 수 있는데, 이는 하루 아침에 통달하게 된 것이 아니라 여러 출판사의 것을 보다보니 비교해서 좋은 문제들을 찾아낼 눈이 생기게 된 까닭이었다. 

학창시절의 이 습관이 그만 눈에 배어버려 대학에서는 각종 어학서적별 선호 출판사가, 이후에는 독서에서 작가별 좋은 번역자나 장르별 양서를 출판하는 출판사를 나도 모르게 분류해 놓고 있었는데 요즘 나는 고양이에 대한 책에 심취하다보니 눈에 띄는 출판사가 GREEN HOME였다. 

주로 채소재배, 원예, 실내 그린 인테리어, 건강, 반려동물 기르기 등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인테리어나 원예등은 선호하는 몇몇 다른 출판사가 있는 상태였지만 반려동물 기르기의 좋은 책은 유독 이곳의 책을 자주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책장을 둘러보니 이곳에서 온 책들이 많았는데, [고양이가 원하는 고양이 기르기]나 [ 고양이 종류와 선택 백과],[증세와 병명으로 알아보는 고양이 질병사전],[처음이야, 고양이랑 같이 사는 건],[톡톡 튀는 냥이’S 아이디어 소품 DIY] 등등 좋은 책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특히 고양이가 원하는 고양이 기르기는 너무 사랑하는 책인데, 이책과 중복되지만 증세와 병명으로 알아보는 고양이 질병 사전 역시 값진 내용이 담겨 있기는 하다. 전자가 고양이를 직접 키우면서 알게 된 상식과 경험에 우러난 정보들이 담겨 있다면 후자는 고양이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저자가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한 고양이 의학서라는 점이 다르달까. 아쉬운 점은 둘 다 일본인이 저자인데, 대부분 고양이 관련 서적이 일본인 저자인 점이 눈에 띄이는 까닭은 그들의 각별한 고양이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