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없다!!!

 

어떤 장르이건, 어떤 내용이건, 히가시노 게이고라면 실패란 없다. 계속 그래왔다. 요시모토 바나나, 미야베 미유키, 에쿠니 가오리 등등 맘에 들었던 필력의 작가들이 점점 후발권을 낼때마다 실망스러워지는 것에 비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언제나 최고만을 써보이고 있다. 이것이 천재작가의 필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는 대단하다. 또 하나의 다작작가 온다리쿠와 함께.

 

3학년 3반에 살인용의자가 있다.

 

3학년에 3반이었다면 섬찟 했을까. 다행스럽게 나는 3학년때 1반이었지만 살인사건 따위가 학교에서 일어나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나는 그런 타입이다. 누구나가 다 관심을 둔다고 해서 군중심리로 함께 하거나 눈에 안보이는 어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으면서 현실과 적당히 타협할 수 있는 그런 인간형은 아니니까. 실제로 옆 학교애가 죽었다고 소문났을 때도 별로 관심이 가진 않았었다. 그건 그애만의 문제니까. 죽을만큼 힘들었을 무언가가 있었겠지 정도였다. 모르는 우리가 왈가왈부 떠들어 봤자 죽은 아이를 이해할 순 없을테니까. 결국 살아 있을때 그애에게 해 줄 수 있는 걸 찾지 못했다면 죽고나서 떠들어봤자 그건 그 아이를 위한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동급생은 한 여자아이가 사고를 당하면서 시작한다. 유키코.

산부인과에 다녀오던 길에 뒤따라 오던 선생님을 피해 뛰다가 트럭에 치인다. 그녀가 죽고 나서야 아이의 아빠였음을 알게 된 니시하라. 그리고 뒤따른 미사키 선생의 죽음과 히로코의 살인 미수사건까지. 학교는 발칵 뒤집히지만 학교는 쉬쉬하며 사건을 축소은폐 시키기에 바쁘고. 반대로 학생들은 반항하거나 소문내기에 바쁘다. 고등학생 탐정이라해도 좋을만큼 꼼꼼하고 날카로운 니시하라는 자신이 그 중심에 서있고 제1용의자로 지목되었는데도 어떻게 그런 냉철함으로 사건을 되짚어갈 수 있을까. 놀라울 뿐이다. 히가시노의 주인공들은.

 

[겐지 이야기] 이 재미나게 읽었을 뿐인 이야기가 일본 최초의 장편소설이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물론 전공이 아니니 몰랐던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알게 되는 사실들이 있다. 꼭 추리물이나 미스테리물이라고 해서 그 사건만 눈으로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면. 곳곳의 페이지에서 새로운 상식들을 추가하게 될 수도 있다. 그저 재미났을뿐인 겐지 이야기가 그 내용을 절반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표현되는 건 그들이 고등학생이어서일까. 내가 번역본을 읽어서였을까. 아무튼 그들의 고전문학도 우리의 것과 마찬가지로 꽤 까다로운 것인가 보다.

 

 

꼬였던 실타래가 풀리듯 사건들이 풀어지면서 한 문장에 사로잡힌다.

 

바로 그때, 미야마에 유키코가 내 마음의 빈틈으로 들어온 것이다 

 

라고.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이 사건은.

사랑하는 것의 반댓말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가. 니시하라는 유키코를 사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용감했다. 모두의 앞에서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라고 밝히고, 유키코의 부모앞에 머리를 조아릴 줄 아는 책임감 있는 남학생이었다. 그랬기에 그가 화자가 아니더라도 나는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으며 읽었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런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것은 독자로서는 당연한 기대가 아닐까. 재미난 책을 가득 소장하고 싶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