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대부분의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지낼때가 많다. 특히나 책을 좀 많이 읽은 날은 그런 오만한 생각들로 뿌듯함을 느낀다. 그 순간부터 추락일진대.

언제나 내 자신에 대해 경계하고 가다듬어야 하거늘, 균형이라는 것은 항상 무너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 듯 하다. 너무 좋은 기분도, 너무 쳐진 기분도 아닌 항상 중용같은 기분일 수는 없는 것일까.  차분하게 모든 일을 관망하긴 참으로 힘들다.

고고학저널을 발견하면서도 그런 기분을 느낀다. 세상은 정말 많은 새로운 것들이 있구나. 아직. 모래밭에서 자갈하나 줍고서는 모래보다 큰 것을 획득했다고 자만하는 바보스러움을 행했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역사의 그 긴 터널 속에서 고작 몇몇 이름을 알고 있다고 오만해지다니. 반성할 일이다.

고고학저널이 있을 거라고 감히 상상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얼마전 번역출판을 위한 간행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렇듯 주어진 지식은 참 얕고도 좁다. 부끄럽게도.

경주는 걷다가 땅만 파도 문화제가 나온다고 흔히들 말할만큼 고대의 도시다. 과거를 살아가는 현재가 존재하는 곳. 그런 경주 남산에는 열암곡 제 3사지. 마애불상이 존재한다. 통일 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을 보면 통일 신라의 조각이 어떤 양상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200년 11월 등록되었는데, 처음에 발견될 때는 그 형태에 놀랐을 것이다. 바닥을 향해 조각되어 있는 이 불상은 위에서나 옆에서 보면 그냥 거대한 바위일 뿐이다. 하지만 약 4등신인 이 불상은 뒤집어져 있어도 포스가 강해 누군가가 발견한 듯 하다. 몸에 비해 머리가 큰 이 불상은 왜 조각면은 바닥으로 향해 놓은 것일까.

얕은 지식으로 유추해보기엔 너무나 방대한 비밀들이 과거 속에는 숨겨져 있다. 그래서 이런 역사서나 역사저널을 보면 꼭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두근대기가 일쑤다.

다만 아쉬운 점은 유적의 보존과 개발 부분인데, 세계 각국들이 거의 그렇듯 현실에 떠밀려 보존이나 개발을 등한시 하는 동안 과거는 자꾸 퇴화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특히 남대문이 소실되었을때의 안타까움이 가슴에 남아 있는데도,우리는 제2,제3 남대문같은 문화재들을 방치해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