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영화 '변호인'을 보지 못했다. 변호사조차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법을 끌어오지 못하는 가운데 법에 대해서는 무지한 우리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을터. 법은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층을 위한 사회적 보호체계라는 사실에 실감하며 절망할 때가 많았다. 20살이 넘어 만나온 세상은 줄 곳 그러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법으로 인해 보호받는 이보다는 법으로 인해 눈물짓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올 한해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는 그토록 국민들의 마음 속을 파고들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는 법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무관심할 때 법은 우리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려버릴테니까. 한국사법겨육원 류여해 교수가 명쾌하게 던져주는 상식 안의 법들은 의외로 쉬웠다. 어렵지 않아 쉽게 이해가 되었고 여러 예시를 통해 이해하다보니 불리한 법들을 유리한 법으로 바꾸는 팁들을 알게 되었다. 법은 분명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에 책방판온 사기꾼에게 돈뺏기고 책뺐기고 합의금까지 물어줘야 했던 여인은 자신의 무지와 꼼꼼하지 못한 뒷처리로 사기꾼의 돈주머니가 되어야했다. 상대가 남자대 남자일 경우 간통이 성립되지 않는 법이나 성적인 접축까지 한 남편을 간통으로 엮어넣을 수 없었던 한 아내의 억울한 사연은 법이 도덕의 범주에 있지 않음을 깨닫게 만든 좋은 사례였다. 이럴때 법은 상식의 이해 밖에 존재했다.

 

이슈화되고 있는 한 한류스타의 이혼법정에서 아내를 미행하고 위치추적을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는 것을 보고 옳고 그름을 떠나서 법의 잣대는 어디까지 휘둘러질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류교수의 책 속에서도 비슷한 예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남편 몰래 다른 남자와 보금자리까지 마련해놓고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수상히 여기던 남편이 그 집에 들어가 증거를 수집하고 바로 고소했으나 역으로 주거침입 & 기본권 제한이라는 명목하에 도리어 불리해진 판례가 있었다.

 

무심코 버린 영수증으로 피해를 입거나 공소시효기간이 지나서 빚을 받을 수 없게 된 경우까지 많은 예시를 통해 법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쉽게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상식으로 생각해서는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것이 법이기에 아리송하고 헷갈린다. 게다가 울화가 치밀어오르기까지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법은 계속 바뀌고 있단다. 바뀐 법에도 정통해야 송사에서 불리해지지 않겠지만 적어도 바뀌지 않는 쪽보다는 바뀌는 쪽이 희망을 품기 좋지 않겠는가. 좀 더 상식이 통하는 쪽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흔히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관계 속에서 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무인도에서 살 요량이 아니라면 법의 통제를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법을 가까이 두고 가장 친한 친구로 만들어 두는 법이 더 든든하지 않을까. 법의 진짜 모습을 한 여성 교수의 책을 통해 들여다 보았다. 속시원할만큼은 아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