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라는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가 있었다.
끝난 뒤에 시작되는 이상한 연애.라는 문구가 도화선이 되어 한 부부의 일상을 담아냈고, 새로운 짝을 찾지만 결국 되돌아오는 인연이 소재인 드라마였다.

끝난 뒤에도 시작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이별 후의 고요한 오후]도 끝난 뒤에 시작되는 사랑을 이야기 한다.

결혼을 하고 싶어한 아키코와 결혼을 피하고 싶었던 다카바야바는 
나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차이로 결국 깔끔하지 못한 이별을 하게 된다.
다카바야바의 프랑크푸르트의 합병 회사로 멀리 날아가 버리고, 아키코의 소식은 사라진다.

내치지 못한다는 것은 끌어당기는 것도 잘 못한다는 소리일까.

그들의 애매모한 이별처럼 그들의 성격도 우유부단했던 것일까.

왜 다카바야바는 고독하면서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지어 버린 것일까.
"헤어지자"라는 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왔으니 다시 거두어 들일 수 없다고 판단해 버려서?
말 한마디를 되돌리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까.

3년 후 도쿄 본사로 복귀하고 나서야, 그는 아키코의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녀의 모친으로부터-.
그와 헤어진 후, 교통사고를 당한 그녀는 줄곧 3년 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그녀의 수첩을 보고서야 그는 알게 되었다.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녀가 잠들어 있는 현재에.

5월 25일 다툼   5월 30일 다툼  6월1일 나 어떻게 하면 좋지? 6월5일 헤어질까?
6월7일 다툼  6월 10일 어떻게 하지?  6월12일 다툼  6월 15일 사과해야 해

그 후에도 2년동안 깨어나지 않는 아키코를 바라보며 그가 느낀것은 계속되고 있는 사랑이라고 했다.  또한 "사과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수첩의 글이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했다.

[너는 내 운명]같은 실화도 있지만 [이별 후의 고요한 오후]같은 소설도 있다.

그렇게 헤어지자고 말해버린 지 5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녀는 여전히 잠들어 있고, 그녀를 만나러 그는 병원으로 향한다.
다만 병실문을 열면서 가장 행복한 공상을 습관처럼 하게 되었다는 것이 다를뿐.

방에 들어서면 아키코의 눈이 열려있고,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가 나지막히 속삭이는 상상을....

헤어지자는 말은 쏟아놓으면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것처럼 느껴져
후회하면서도 헤어져버리는 그런 바보같은 연인들이 없기를..
헤어지면서 시작되는 연애보다는 함께 하는 시간속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기를
이 글을 보면서 기도해 본다.


함께 실린 작품들 
삿포로의 빛 / 공의 운명은, 북으로/텅빈 양동이/디스커스의 기억/슬프지 않은 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