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이후 오랜만에 만난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을 지나 이번에는 비밀의 숲이다.

비밀의 숲은 하루키의 자전적인 수필형식의 글모음이다.
<주간 아사히>에 1년 1개월동안 연재한 에세이들을 모아 깔끔한 한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2장 분량의 한편, 한편들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루키의 문체가 이토록 편안한 문체였던가.

오랜만에 만난 하루키는 지난날의 하루키와 약간은 다른 듯 느껴졌다.

이 인기 작가는 남다른 삶을 살고 있었는데,

10년동안이나 신문을 보지 않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연재글을 쓰다니 그도 참 아이러니하다. TV뉴스도 거의 보지 않았다는 그는 신문과 정보에 관한 우리의 몇가지 편견을 깨고 있다. 정보를 습득하지 않으면 뒤떨어질까봐 불안한 우리의 심리를 일축시켜버린다. 점점 필요의 경계선이 불분명해지는 정보들. 그들이라면 버려버리라고 과감히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소소하게도 이 작가는 불평을 털어놓는 편지를 쓰는 법을 알고 있었다.
컴플레인 편지는 70%는 칭찬하고, 30%는 비방하라...고 가르친다. 또한 불만요소만 간결히 덧붙일 것을 현명하게 충고한다.

그는 현명하고 손해보지 않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반대로
손해만 보는 삶에서 얻은 지혜를 알려주기 위해서? 이런 것들을 나열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그가 밝힌 체벌에 대한 글이다.
과거 학창시절 기분에 따라 때리던 선생님이 세월이 지나도 체벌의 기억으로 머물러 있다는 것. 아울러 어느날 TV에 모교가 비치자 "아아, 나는 저기서 선생님한테 몹시 매를 맞았었지"를 떠올리게 되었다는...씁쓸한 추억.

꼭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우리들도 풀어낼 수 있을 법한 아주 소소한 생각들과 일상들이 우리앞에 와 있었다. 하루키라는 배달원의 손바닥을 거쳐서.
하루키의 비밀의 숲이 추억의 숲이고 일상의 숲이듯,
우리에게도 비밀의 숲은 삶의 기억이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