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주의 남자]를 보고 올해엔 [인수대비]를 재미나게 보면서 김종서라는 인물의 우직함이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잘 그려지고 있구나 싶어졌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는 우국의 충신일수도 있고 일신의 명예를 위해 어린 왕을 등에 업은 인물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말하는 김종서는 정의로운 인물인지,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졌는지 궁금해졌는데 소설 속 김종서는 스무살부터 세조의 손에 숙청당하기 전까지 그 일생이 한겨랕이 충신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놀랍게도 무신인줄 알았던 그가 문신이었으며 크고 거대한 몸집으로 인해 대호로 불린 것이 아니라 오척 단구에 표정도 온화했던 그를 사람들이 대호라고 불렀다니, 가히 그 기상을 짐작해볼만 하다 하겠다.

마치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체구였을 김종서와 28세나 차이가 나는 그의 연인 홍득희와의 만남은 어린 득희가 부모를 잃은 날 시작되었으며 또리 라는 이름 대신 득희 라는 이름을 얻게 된 날이기도 했다.

이후 중앙에서 종횡무진하던 김종서에게 "대궐에도 장차 짐승이 많이 나올 것이요"라며 세종이 하사한 활과 화살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던 때 산적을 소탕하러 활을 메고 나간 자리에서 종서는 득희를 다시 만나고 운명은 그들 사이에 승유라는 아들을 두게 만들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숙청당한 인물의 업적이 좋게 기로될 일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몽주나 김종서의 충절에 대한 부분은 승자들조차 손대지 못했는지 그들의 절개와 엄함은 후대에까지 이어져 이렇듯 소설 속에서 발견하게 만들기도 했다.

언제나 상상 속 장군의 모습으로, 노신의 모습으로 그려졌던 김종서의 로맨스라 하여 나는 달달한 내용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이 이리 엮이고 저리 엮이듯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지지만 다시 만나게 되는 그들의 인연을 글로 구경하며 달달함 보다는 인생의 이치를 얻게 되어 더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달까.

그 옛날 교과서에서 보며 익혔던 시조를 다시 책에서 발견하며 반가운 마음에 입속으로 함께 읊조려보면서 나는 그 시조처럼 살다간 한 인물의 또 다른 인생을 상상해보며 어쩌면 역사 속 인물들에겐 우리가 모르는 이런 사연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졌다.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p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