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해야할...]시리즈는 나태해져 있던 일상을 다시 바쁘게 돌아가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 매번 나를 다독이고 독촉할 요량으로 그 책의 힘을 빌리곤 했는데, 얼마전 비슷한 제목의 책 한 권이 내 눈과 마음을 시리게 만들고 있다. [엄마가 살아계실때 함께 할 것들]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아직 엄마가 곁에 계실 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미래의 그날에 대한 쓸쓸함과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어버이날엔 엄마가 좋아하시는 선물을 하면 어떨까 싶어 선물을 준비 중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하나 더 축되었다. 

쎄시봉 음악 감상실 CD.

쎄시봉 공연을 보시면서 7080년대 유행했던 음악을 흥얼거리며 소녀처럼 좋아하셨던 엄마. 쉐부르의 추억도 함께 털어놓으시면서 당신의 지난 세월의 추억이 묻은 음악들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셨는데, 그 음악들이 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앞면에 이어 뒷면도 추억의 한 장면처럼 그려져 있는 CD는 놀랍게도 3장이다. 각각 주옥과같은 명곡 16곡씩을 담아 총 48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가수들의 이름도 각양각색이었다. 

1. 한번쯤/송창식,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이장희,하얀 손수건/트윈폴리오,불 꺼진 창/조영남, 두 개의 작은 별/윤형주,사랑일기/시인과 촌장, 그리워라/현경과 영애, 우리들의 이야기/윤형주, 좋은 걸 어떻해/김세환,모두가 사랑이예요/해바라기,그 날/김연숙, 님 그림자/노사연,인생은 미완성/이진관, 서른 즈음에/박학기,이 거리를 생각하세요/장은아,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남궁옥분

2. 고래사냥/송창식,한 잔의 추억/이장희,여고 졸업반/김인숙,사랑하는 마음/김세환, 배와 찻잔사이/배따라기,찬비/윤정아,바보/윤형주,슬픔이여 안녕/이장희,찾잔/노고지리,맨 처음 고백/송창식,행복을 주는 사람/해바라기,사랑하는 사람아/사랑의 듀엣, 화가 났을까/김세환,참 예쁘네요/현경과 영애,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스트 포인트,내게도 사랑이/함중아

3. 그건 너/이장희,피리 부는 사나이/송창식,아름다운 사람/현경과 영애,지난 여름날의 이야기/딱따구리 앙상블,휘파람을 부세요/이장희,그댄 봄비를 좋아하나요/배따라기,길가에 앉아서/김세환, 꿈을 먹는 젊은이/남궁옥분,토요일 밤에/김세환, 가위바위보/송창식, 내일로 가는 마차/이재성,제비/조영남,날 찾지 말아요/장덕, 비의 나그네/이장희,당신의 모든 것을/원 프러스 원,부치지 않은 편지/김광석

쎄시봉 공연을 통해 이름이 익숙한 이장희,송창식, 조영남, 윤형주,김세환 외에도 남궁옥분,해바라기,김광석처럼 눈에 익은 이름들도  여럿 보인다. 하지만 이미 유명을 달리한 장덕이나 딱따구리 앙상블,현경과 영애처럼 이름을 처음 듣게 되는 가수들의 노래도 수록되어 있어 신선했다. 물론  엄마는 조영남의 제비를 가장 좋아하시리라 생각된다. 



CD 3장에 담긴 노래를 조용히 눈을 감고 들어본다. 들으면 들을 수록 노랫말들이 아름다운 시어처럼 봄바람마냥 귓가를 스친다. 

타오르는 꿈을 안고 사는 젊은이여~ 라거나 가방을 둘러맨 그 어깨가 아름다워~라니. 마치 동요처럼 순수하게도 들리고 그 멜로디가 CM송 처럼 쉽게 귀에 익는다. 엄마가 들으실때엔 함께 흥얼거리며 불러드릴 수 있게 몇몇 곡들은 빨리 음을 위워두어야겠다. 

엄마가 살아계실때 함께 나눌 추억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 세월의 다리가 되어준 쎄시봉 음악 감상실 CD에 칭찬 메시지를 100개쯤 달아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