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다닐때 국제펜팔 벗이었던 한 친구에게서 소포가 도착했다. 일본에 사는 친구였는데, 마을 축제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것저것 많은 아기자기한 선물들이 들어 있었다. 축제때 찍은 사진들과 함께. 그리고 그애는 궁금해했다. 너네 마을엔 무슨 축제가 있냐고.

참 난감했다. 무슨 축제라고 할만한 것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동성로 어딘가에서 하는 달구벌축제가 있긴 했지만 학교 다니면서 얼핏 들었을 뿐 본 적도 없었고 가서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사 넣을 만한 것들도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축제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먹거리(김/라면/과자류) 등등과 문구류 몇 종류를 예쁜 걸로 골라 넣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고 잔뜩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축제라고 딱히 소개할 것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나서 어른이 되었지만 대한민국에 무슨 축제라고 할만한 것들이 몇가지 있나? 싶은 마음으로 살아왔다가 뒤통수를 된통 맞았다. [대한민국 아름다운 축제 116]에 따르면 1200여개가 넘는 축제들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은 계절별로 가 보기 적당한 축제들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광양매화축제, 구례산수유 축제, 고양 국제꽃박람회,이천도자기축제,경주술과 떡잔치, 보성 다향제, 보령 머드축제,태백산 눈꽃 축제 등등 익숙한 몇몇 축제들 뿐만 아니라 다소 생소했던 음성품바축제,용대리황태축제,김해분청도자기 축제 등등 평소에는 몰랐던 축제들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이들 축제는 보는 것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엿치기, 허수아비만들기 등등 참여할 수 있는 체험놀이들도 구비되어 있어 더 특색있게 보였으며 20여개 정도의 축제는 당장 가 보고 싶을만큼 구미가 당기는 것들이기도 했다. 특이한 축제라면 우륵 문화제가 고령이 아닌 충주에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인데, 우륵이라하면 가야에서 신라로 넘어온 신라 3대 악성 중 한 사람으로 우륵 박물관이 바로 고령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축제만큼은 충주로 이동해야 볼 수 있다니....특이하다 말할 만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토록 많은 축제들이 있었는데, 그때 이 사실들을 미리 알았다면 여기저기 여행가 찍은 사진들과 함께 멋지게 소개할 수 있었을텐데...뒤늦게 알아버려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