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이가 되면 영어는 어느만큼, 악기는 몇가지, 이런 식으로 진도를 정해놓는 일을 나는 참 싫어한다. 개인차가 있으며 같은 아이라도 과목별로 쉽게 잘해지는 과목이 있는가하면 남들보다 2배의 노력은 해야 겨우 따라갈 수 있는 과목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살에 얼만큼이라는 기준을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9살 무렵부터 하루 30분씩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저자의 충고는 귀기울여 들어봄직하다. 논술이 중요하다고 너도나도 말하면서 갑자기 논술학원이 많이 생기고 아이들을 너도나도 논술학원으로 보내다 못해 겨우 유치원인 아이나 유아원도 가기 전의 기저귀나 겨우 뗌직한 아이를 논술학원에 보내려는 엄마들을 본 적이 있다. 학원측과 실랑이를 벌이면서까지 기는 것을 겨우 면한 듯 보이는 아이를 학원에 들여 보내는 한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가슴이 답답해 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아이에게 그저 던져주고 쓰라는 일이 얼마나 고역일지....그 엄마는 생각이나 해 봤을까. 

쓰는 것도 뭔가가 쌓여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 쓸 수 있는데, 문법도 어법도 독서의 양도 적당하지 않은 유아단계의 아이가 대체 무엇을 머릿속에서 끄집어 내서 쓴다는 말인지....그래서인지 독서량이 어느정도 확보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9살무렵부터는 글쓰기를 시작해도 적당하다고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다. 9살 무렵도 쓴다는 것보다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옳을 듯 싶다. 

책은 저자가 20년 넘게 아이들의 글쓰기 지도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말하면서 재능이 있어야지만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은 아님을 체험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해력이나 적응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에 탄력을 붙여 보자는 권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놀이처럼 재미있게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아이들은 커가면서 자신을 표현하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엄마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상당히 괜찮은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