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참 재미난 술이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부드러운 맛하며, 맑은 듯 그렇지 못한 듯 헷갈리게 만드는 술 색, 그리고 잔이 아닌 사발스러운 막잔에 담기는 그 뽄새. 김치 한 조각, 전 한조각 걸쳐 마셔도 좋은 술. 막걸리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격식없는 술이면서 양파껍질 속의 양파껍질처럼 알 수 없는 술이다.

미스테리. 이 술에 가장 잘 맞는 표현이 아닐까.

20살. 대학에 입학해서야 선배들로부터 술을 배워 시작한 술늦깍이였던 나의 첫술이 바로 막걸리였다. 톡쏘지도 않아 부어라 마셔라 하다보니 어느새 술이 동이났고 취한 선배들을 다 집으로 돌려보내고 마지막에 자리를 떴다. 결국 주당이라는 소문이 나 버렸는데, 소주나 맥주, 혹은 양주로 시작했다면 그런 별명을 얻지 못했을 것을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잘몰랐기에 그렇게 용감하게 마셔댔던 것이 아닐까. 그 당시 막걸리는 내겐 아주 색다른 음료수였다.

그런 첫사랑 같은 막걸리에게 학교가 있었다니 금시 초문인 사실인데, 막걸리 학교 교장이 저자라니 정말 그런 학교가 있긴 있나보다 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만만하게 보았던 책은 알알이 촘촘히 박힌 옥수수 알처럼 빼곡히 읽을 거리가 넘쳐나는 바람에 왠만해선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저 슬쩍 구경만하고 페이지를 지나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시간이 걸려도 이 책을 끝까지 정성들여 읽기로 결심했다. 어제 종영된 [신데렐라 언니]에서 전통주가 배경으로 등장해 무척이나 반가웠었는데, 술도가에서 술익는 소리가 '뿅뿅"났던 것이 아주 신기하게 여겨졌었다. 과학적인 효모를 발견하기 위한 은조의 노력을 지켜보며 책을 읽어갔더니 책의 내용은 어느새 현실처럼 실감나게 다가와 있었다.

또한 35도가 넘는다는 누룩방의 사진은 마치 유럽의 어딘가에서 말리던 치즈 덩어리들 같아 웃음이 났고, 쌀로 만든 누룩과 밀로 만든 누룩은 그 네모난 모양때문에 메주가 생각나 한참을 웃었다.

여러맛의 막걸리, 여러색의 막걸리, 여러 원료의 막걸리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막걸리가 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누로 만들어져 활용된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술 막걸리.

막걸리 학교 교장이 빚어낸 제대로 된 막걸리 이야기를 통해 막걸리 종주국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나가는 마음가짐을 우리 스스로가 다잡게 될 계기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