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참 따뜻하다. 속 깊은 이성 친구라니...

제목을 대하니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녀석이 있기는 한데, 내 속 깊은 이성 친구는 요즘 오토바이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차를 사랑하던 녀석이 이젠 이륜에 빠져 신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것 또한 그 녀석 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녀석은 장 자끄 상뻬의 그림체 같은 녀석이기도 하다. 심플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내 오래된 친구. 그 녀석을 떠올리면서 책을 펼쳐들었다. 웃음 가득 머금은 채로.

꽃잎 날리는 하늘 색의 첫 페이지 속. 가득한 거리의 사람들. 복잡한 도시의 풍경. 

다른 일러스트로 만났다면 도시답거나 아주 삭막했을 모습들이 장 자끄 상뻬의 손에서는 다정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책은 숙명과 운명이 서로 다른 것이라는 확증을 얻은 4월의 어느날 아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어 그의 그림답지 않게 많은 글들이 포진되어 있었는데, 프랑스적이라서 그런가 이야기가 다소 어렵기는 했다. 이해하려면 조금 더 집중해서 읽어야 했는데, 나는 그만 글들을 포기해 버렸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그림이 좋아 펼쳐든 책이었으니 그저 그림만 보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그림이 바로 장 자끄 상뻬의 그것이니까. 

괴로운 마음으로 보아도, 가난한 마음으로 보아도, 슬픈 마음으로 보아도 마음의 봄을 찾을 수 있는 그림, 바로 그런 그림들이기에 글자도 그냥 그림의 문양처럼 눈에 담아 버렸다. 굳이 이해하려고 하는 자체가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토록 자연스러운 그림 앞에선.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