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 고백은 얼마만큼의 효력이 있을까.
세월의 흐름은 범죄의 시효와 상관없이 죄의 무게를 얼마나 희석시킬 수 있을까.

늙은 작가의 고백으로 이루어지는 작품들은 많다. 영화로도 유명한 [연인]이라는 소설도 그러했듯이.
이언 매큐언의 [속죄]도 늙은 여류작가의 지난날의 회고와 반성이 묻어 있다. 하지만 그녀, 정말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그 여름 오후의 일을.

결과적으로 그녀의 후회는 효력이 없다. 연인에서의 그녀는 지나간 자신의 사랑에 대한 회고이지만 속죄는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으로 인해 운명이 뒤바뀐 연인들에 대해 살아남은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뒤늦은 후회밖에 없는 것일까.
지금으로 살 수 있는 순간은 이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들의 행복을 방해할 권리가 없다.
그런데 어렸다고 해서 용서받을 수 있을까. 브리오니의 고백을.

실수가 아니라 고의성을 띄는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작은 악마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의 실연으로 인해 로비를 희생시키고 언니의 인생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고의성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지 나이는 범죄의 경중을 따지는 요소가 될 수 없다.
얼마전 한 일본 작가의 [고백]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더더욱 굳혀졌다.

용서받을 수 있는 실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용서해서는 안되는 범죄도 있는 법이다.

삶의 끝에 이루어지는 고백은 자신을 위한 것이므로 속죄가 아니다. 면죄부를 얻기 위한 일종의 양심선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끝까지 늙은 악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죄를 사하여 줄 두 사람이 죽어버렸는데 그녀의 뒤늦은 고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름다운 연인이 있었다. 행복할 수 있는 삶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허락되어진 인생이 있었다.
하지만 브리오니의 입가에서 그것들은 흩어져 버렸다. 너무나 쉽게, 그리고 빠르게.

그것이 속죄가 슬픈 이유이고,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