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토끼하다??

이건 또 무슨 유행어인지. 작가 전아리표 유행어인가보다.
제 3회 디지털 작가상 대상작품인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는 이렇듯 특이하게 장식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전혀 어렵지 않다.  양념이 되어 있지 않은 음식을 맛보듯 맹숭맹숭하면서도 쉽게 읽힌다. 다 읽고 나서도 히죽히죽 웃게 만드는 글이었다.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는 아둥바둥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바람난 부인이 집을 나가버리고, 그놈과 동거하며 사는 것으로 모자라 결혼해야겠다며 이혼을 요구할때도 적극적으로 괴로워하진 않았다. 욕하거나 뜯어말리는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서툰 인간이었고, 그래서 회사에서도 잘렸다. 진취적으로,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조금도 엿보이지 않는다. 틈만 있으면 나태의 세계로 도망가 버렸고, 그 결과 우연히 주은 토끼 옷 안으로 몸을 숨기고 살아간다. 일어난 모든 일이 자신의 일이 아닌양 자신의 삶에서 한 걸음 물러선다. 그는 책임지는 인간이길 포기했다.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공이 택한 길과는 다른 길이었다. 부인을 보내주고, 백수의 삶을 받아들인 그에게 묘하게도 지지자들이 나타났다. 일본 드라마 [전차남]에서처럼. 하지만 나타난 사람들조차 사회학적으로 볼 때 형편없는 사람들이었다. 곧 미혼모가 되는 20대 초반의 아가씨, 성인물에 목숨거는 드러운 변태 여자, 재능에 비해 형편없는 외모를 가진 곰인간, 오이만 먹고 살아가는 오이할아방 등등..게다가 전국적으로 그의 영화 칼럼에 찬반으로 갈린 팬과 안티들까지.

쉽고 짧게 쓰여진 그녀의 문장 사이로 보이는 세상은 한마디로 우스웠다. 누가 누군가를 등치기 위해서 지독하게 애쓰지도 않았고, 일부러 착한 척 하는 인물도 없었다. 그저 천천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만이 널부러져 있었다.

어린애들은 심심한 걸 오래참으면 죽게 될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가진 어른이라니. 그래서 그는 토끼옷을 입고 사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까.
토끼옷은 그에게 도피용이 아니라 세상을 즐기는 그만의 또다른 방식인 건 아닐까.

웃기는 얘기지만, 아직도 아내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는 적극적이지 않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 그는 구슬똥을 누는 토끼인간은 아니다.  그리고 토끼인간이 되기를 적극적으로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게 적극적이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현실에 발을 내딛고 있으면서 한발은 밖으로 빼고 있는 사람. 그런 그에게 한 여자가 말을 건넨다.

뭐랄까...기분이 토끼토끼해. 라고. 되게 좋은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