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은어다. 신인여배우들이 남자를 지칭하는 단어다. 이것저것 브랜드별로 바꿔써 보다가 맘에 드는 하나를 고르는 것처럼. 또한 "향수"는 남자배우들에겐 나이든 여자갑부를 의미한다.  결국 돈에 의해 좌우되는 관계를 일컫는 표현이라고 해석하면 좋겠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문장을 선보이던 파울로 코엘료가 또 색다른 충격을 몰고 왔다. 사실은 리뷰이벤트가 있을 때 이 책을 사볼까 생각했었지만 왠지 얄팍해 보여서 그냥 기다리다가 이제서야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래선지 문장들이 발효된 것처럼 시큼하게 느껴지면서도 농염한 무엇인가가 눈에 자꾸 휘감겨 왔다. 표지부터 레드카펫을 밟는 뇌쇠적인 여배우의 u라인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이번소설에서 코엘료는 무언가 파격적인 것을 보여주려고 하나보다.

주인공이 넷인 것부터 파격이다. 작중 화자를 번갈아가며 모두 1인칭으로 보여주는 시점들은 흔해도 3인칭에 주인공이 넷이라니, 자칫잘못하면 너무 산만해질 우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넷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작가다. 글의 미로에서 방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가의 서문에서부터 엿보인다.

하지만 그는 파울로 코엘료다. 시시하게 플룻을 짜지 않았다. 네명의 주인공 중에서 세 사람의 꿈은 조작되어 있다. 이 무슨 미스테리한 작전인지. 사람들이 걸려든 덫이 타인에 의한 것인지, 자신에 의한 것인지는 읽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래서 권하고 싶다. 이 책을.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