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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회의론자보다 광신자가 더 무서운 법이다.
광신자의 눈에는 뵈는 것이 없다. 선악의 구별도 없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도 없다. 그저 믿는대로 옳다고 행동할 뿐이다. 타인의 자유와 목숨을 담보로 하여.
영화 속에서 이런 인물들을 우리는 심심찮게 봐왔다. 하지만 [카인의 징표]는 조금 더 큰 스케일을 가지고 우리를 찾아왔다.

성경은 그냥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떼거지로 모아 놓은 책이 아니었다.

라니. 성경에 대한 언급인가. 다빈치 코드의 형제 서적쯤 된다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소설은 예수강림보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담과 이브 그리고 그들이 먹은 무화과. 그렇다 사과가 없던 그 시절에 무화과였던 것이 어느새 사과로 둔갑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부터 출발하여 아담이 사랑한 아들인 아벨을 죽이고 최초의 존속살인범이 되어버린 또 다른 아들 카인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뼈대가 된다.

질투 때문에 동생을 죽인 카인. 기원전 6000여년 전 그가 했던 행동들은 고스란히 까발려져 후세의 우리에게까지 전해진다. 그의 잘못에 관해서. 하지만 저자 브래드 멜처는 다른 관점을 이야기 한다. 그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유는 반성의 의미가 아니라고.

이 무슨 이야기인가. 동생을 살해했는데, 추앙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뜻일까. 놀랍게도 작가는 카인이 하나님을 통해 용서를 받고 인정을 받은 인물로 해석해냈다. 카인의 원죄는 같으나 속죄의 후편을 전한다. 그의 죄사함이 후대에 걸쳐 나치의 만자장 표식과 아돌프 히틀러라는 인물을 낳았고 톨레회라는 비밀 단체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20세기 말 아들 앞에서 아내를 죽인 아버지와 경찰이 된 아들이 재회하면서 카인의 징표를 찾는 쫓고 쫓기는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꽤 두꺼운 양으로. 여기에 재미를 덧붙이기 위해 과거 경찰이었으나 어머니에게서 자신을 유괴하고 평생 속여온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세상을 향해 풀어내는 미치광이까지 합세시켰다.
카인과 캘빈과 엘리스는 가족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상처의 깊이는 다 달랐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깊이또한 얕았다.

스케일이 큰 이 라인안에 또 하나의 서브 스토리라인이 깔려 있다. [슈퍼맨]의 저자 제리 시걸과 그의 아버지 미셸 시걸에 대한 의문과 허구. 또 아버지와 아들이다.

이 소설의 주된 뼈대는 아버지와 아들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로맨틱을 뺀 지적 미스터리 팩션의 형태를 띠고 있다. 브래드 멜처는 하나의 거작을 쓴 것 같다. 영화화 되어도 좋을 만큼의 스토리 라인. 하지만 왠지 뭔가가 부족해 보였다. 2%쯤. 뭘까. 뭘까.뭘까.
이 심심해지는 2%의 정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