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은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베일 속에 가려져있다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났고 관련 유물들이 적어 증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걸어온 궤적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인류의 끊어진 고리를 찾는 연구는 숙제로 남아있다.

 

루시의 발견은 그런 의미에서 인류의 기원에 한발자욱 다가가게 한 획기적인 발견이다. 루시의 발견 후에도 새로운 화석들이 발견되었지만 매번 그 화석은 루시의 사촌이니, 루시의 자손과 같은 식으로 루시와 비교되어 왔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루시가 인류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루시 최초의 인류>는 인류학의 지평을 넓힌 인류학자 도널스 조핸슨의 저서로 세계 최초의 인류 화석인 '루시'의 발견을 중심으로 알아보는 인류사다. 루시를 포함한 인류학적 의의를 가진 발굴에 대한 생생한 증언과 증명과정, 고인류학자들의 치열한 학문적 논쟁과 쟁점들을 마치 소설을 읽듯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고인류학에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을 위한 책으로 읽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루시는 현재까지 알려진 인류의 공통조상이다. 정식학명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루시의 발견은 인류의 기원을 320만 년 전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루시는 종종 이야기속 소재가 되기도 한다. SF 드라마인 <베틀스타 갤럭시카>의 마지막 장면에  루시에 대한 언급이 있다. 기계의 반란과 핵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우주를 방황하던 인류는 마침내 지구에 도착하게 되는 데, 지구에 정착한 인간들 중 인간과 사일런(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사이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현 인류의 공통조상인 루시라는 설정이었다. 

이렇듯 루시는 우리의 존재와 기원에 대한 많은 답을 가진 존재다.

 

물론 루시의 외형은 현대인과는 많이 다르다. 뇌의 크기도 현대인에 비해 아주 작으며 키도 겨우 1m가 겨우 넘었다. 그럼에도 루시가 인류의 공통조상인 된 이유는 그녀가 인류에게 남겨준 유전학적 유산뿐 아니라 루시가 최초의 직립보행을 한 호미니드이기 때문이다.

 

직립보행(두발보행). 그것은 인간의 자유의지만큼이나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중요한 기준이다.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왜 루시가 직립보행을 선택했는가는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현재까지는 아프리카 초원이라는 환경에서 생종하기 위해 두발보행을 선택했다는 설과 뇌의 발달과 도구사용을 위해 두발보행을 선택했다는 설...등 여러가지 가설들이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선택적 결과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동물은 진화론적으로 진화의 최정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직립보행을 선택한 것은 결코 인간이 우월해서는 아니다. 저자 또한 다양한 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이점을 강조한다.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인류의 기원. 이야기는 생소하지만 흥미롭다. 무엇보다 다양한 발견과 학설들이 소개되어 인류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한권의 책으로 인류의 수백만년에 이르는 행적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