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날 날아든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남편이 가진다는 법원 판결문.
부부의 공동계좌는 해지되고,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소유권마저 남편이 가진 상황. 무슨일인지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변호사부터 찾아야 한다면.....이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산후우울증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샐리가 맞닥드린 현실이다.  어느날 갑자기 이런일이 생긴다면, 그야말로 삶의 모든것이 송두리채 흔들릴것이다. 

샐리에게는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보스톤 포스트>지의 특파원으로 안정된 생활보다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역동성과 모험을 즐기던 독립심 강한 샐리는 소말리아 홍수 취재 중 <크로니콜> 기자 영국인 토니 홉스를 만나게 되고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사랑하지만 서로를 속박하지 않던 그들의 관계는 토니의 외신부장 발령과 샐리의 임신을 계기로 결혼과 출산이라는 변화를 맞이하게된다. 

그러나 샐리에게 친구 마거릿을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 한명 없는 영국에서의 생활은 낮설음과 외로움 그 자체다. 더우기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기간 내내 그녀를 괴롭혔고 갑작스러운 출산과 아들 잭의 입원은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남편 토니의 도움이었지만 토니 역시 회사생활과 소설집필 때문에 샐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샐리는 항우울제와 수면제의 과다복용하게 되고 모유수유를 통해 잭이 위험한 상태에 빠지자 결국 입원치료를 받게된다. 그리고 퇴원해 집에 돌아오던날. 이제야말로 자신의 온전한 가정으로 돌아온 그날. 모든것이 사라진것이다. 이때부터 샐리와 토니와의 헌난한 법정싸움이 시작된다.
낯선 곳, 낯선 나라, 낯선 위료체계부터 법체계까지 모든것이 낯선곳에 그야말로 홀로 남겨진 샐리의 모습을 작가는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과정이 험난한 만큼 이야기는 재미있고 흥미롭지만 전개는 편하지 않다. 

샐리라는 캐릭터는 매우 흥미롭다, 샐리는 자기 중심적이고 무례하다. 자신의 감정의 숨기지 않는 솔직성은 눈쌀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온전히 ’혼자’라는 샐리의 상황을 더 잘 드러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한 그점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이야기가 샐리의 관점에서만 씌여졌기 때문이다. 물론 샐리는 부당한 일을 당하고 토니에게 배신당한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토니의 심리상태나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이 드러나지 않아 다소 일방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샐리가 자기 중심적인고 무례한 만큼 토니 역시 차갑고 타인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런 샐리와 토니의 감정대립이 좀더 자세하게 표햔되었다면 훨씬 풍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다소 아쉽다.

책을 다 읽고 제목인 <위험한 관계>가 어떤 의미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샐리는 피해자! 토니는 아내를 배신한 나쁜 놈!이라는 흑백논리보다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불안전한 두 성인이 만나게 됐을 때 그 관계가 얼마나 위험한 일이 될수 있는 지를 이야기하는 일종의 경고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