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이자 이타츠 푸리 카인 여자. 겐타로이자 김경식인 남자. 그리고 동주.

 

1991년 당시 사용하는 사람이 고작 15명이었던 아이누어. 지금은 이미 죽어버린 언어가 되어버린 아이누어.

재일 한국인으로 일본어를 사용하다 이타츠 푸리 카의 이야기를 한국어로 번역한 김경식.

그리고 시인 동주. 그의 이름 윤동주.

 

92p.

지금 생각건대, 교토에 살면서도 동주는 간도를 떠나지 못했던 것 같다.

무언가의 사이에 존재한다는 뜻으로서의 간도를, 고향과 나라와 이름과 말을 잃은 사람이었으나

그는 그 때껏 멍에처럼, 간도를 등에 지고 다녔던 건지도 모른다.

 

304p.

겨우 나는 등뼈를 갖춘 한 마리의 물고기가 돼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헤엄쳐 가야 할 물길은 아직 멀고 어렵다.

 

 

*

애초에 책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어 시인 윤동주를 찾기 위해 책을 읽었던 것도 아니었고,

지금의 표지가 아닌 남색에 가까운 표지가 우울한 마음에 닿아 빠르게 읽어버린 것이므로 글은 쓰고 싶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과 말 사이를 이어줄 말을 찾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생각해낼 수 없는 말들이 마음에 가득하다.

그 마음에 있는 것들을 꺼내는 일이 어느 일보다 어렵다.

 

머릿속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만 되뇌이고 있다.

동주, 요코의 말대로 수려했던 사람. 동주, 동주. 역사의 동주와 시인인 동주가 다른 사람 같이 느껴진다.

내가 지나치게 현실적인 것인가, 혹은 두 세계의 경계가 너무 뚜렷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