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꾸고 난후
이 곡은 처음에 오르골 태엽을 감는 소리가 들린다.
끼이익ㅡ
태엽감는 소리가 여러번 들리고 은은하고 청아한 오르골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가 어찌보면 어릴적에 한번은 들어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 위를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 모빌...
그 모빌에서 나오는 자장가...
포근하고... 그리운 소리...
그리고 그 오르골 소리가 끝나면 다시 태엽을 감는다.
끼이익ㅡ
오르골 소리만큼 피아노소리가 들린다.
피아노 소리는 정말... 환상적이다...
정말 잠깐의 달콤한 낮잠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그리고 잠깐의 달콤한 낮잠을 자고 싶은 기분이다.

2. 하얀 구름
맑은 날씨에 공원에 산책을 하면서 듣고 싶다.
혹은 그동안 묵혀두었던 집안 청소를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싶다.
밝고 경쾌한 느낌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3. Deja Vu Walts
제목처럼 왈츠의 느낌이 난다.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편안한 곡이다.

4. 프랑세스
이 곡의 계절은 여름이 어울린다.
햇빛이 적당하게 내리는 여름에,
적당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처럼 각자가 아닌 하나로 녹아들어있는 것 같다

5. 즐거운 나의 집
즐거운이라는 말이 붙어서 인지 하얀 구름이라는 곡처럼 밝고 경쾌한 곡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곡은 침울하지만 절대 무거운 느낌이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피아노 때문일 것이다.

6. 어느 여름
여름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내 생각에는 가을에 가까운 노래다.
쓸쓸하면서 외로운 느낌이 든다.

7. 장마
장마를 떠올리면 무거운 느낌이 든다.
적당히 햇볕이 있는 날에 비해 비오는 날은 왠지 모르게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가볍지 않은데 이상하게 이 곡은 무거울 것 같으면서도 무겁지가 않다.

8. 그녀에게 말하다.
재즈의 느낌이 나는 곡이다.
하지만 재즈의 느낌을 떠올릴 때 나타나는 빠른 리듬감과는 조금 다르다.
리듬감이 어느 정도 있지만 뭐랄까 자제를 하는 느낌같다.

9. Laissez-faire
피아노의 느낌이 들지 않는 곡이다.
가요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화려하고 웅장함도 느껴진다.

10. 5월 버스 pt 1
5월의 버스라...
5월의 버스는 무슨 느낌일까...
제목에서는 일상적이고 평범함을 나타낼 것 같지만 곡으로만 보면 환상적인 느낌이 든다.

11. 5월 버스 pt 2
pt 1보다 확연하게 리듬감이 다르다.
pt 1이 사람들이 많이 타지않는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없는 새벽 첫 차의 느낌이라면,
pt 2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출근 차와 밤 막 차의 느낌이다.

12. See I’m smiling
무엇이 미소짓게 만들었을까...
긴박하면서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기에 마지막 부분에서는 힘이 풀리는 느낌이다.

고등학교때 배웠던 시 중에 전봉건의 피아노가 있다.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기교에 가까운 피아노연주를 보고 물고기가 튀어오르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이 앨범을 처음 들었기에 이진욱만의 분위기를 잘 모르지만 이 앨범으로만 보면 떠오르는 게 있다.

바탕색까지 다 칠하는 외국의 그림이 아니라 바탕색을 칠하지 않고 하얗게 남겨두는 여운...
그렇다, 여운이라는 여유라는 것이 느껴진다.

많은 피아노음악을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듣고있는 이 순간을 느끼게 해주는 음반이다.

나는 오늘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당히 실력을 보여주는 한 명의 음악가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