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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떠나보내고, 첫 인터뷰가 될 것 같아요. 가을이 숨어버린 초겨울맞이 첫 인터뷰가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웃음) 다른 분들 모두 첫 질문을 가장 어려워 하셨는데 어떠셨어요?"

"네, 갑자기 정말 추워졌어요. 이러다가 가을도 없이 겨울이 오면 안되는데 (웃음) 첫 질문이라.. 저도 정말 어려웠어요. 내내 고민했는데 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러니까 제 답변은 ’아직고민중’ 이요. 인터뷰를 계기로 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미궁이에요. 저도 저를 잘 모르겠거든요. ’아직고민중’ 이지만 답이 떠오르면 꼭 알려드릴게요. (웃음)"



"나도 나를 모른다, 어쩌면 이게 명쾌한 해답인지도 모르겠군요. 북 마스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계기라.. 너무 특별한 게 없어서 실망하시면 어쩌죠? 제가 처음으로 몸담았던 직장에서 하필이면 제 자리 앞에 서재가 있었어요. 그것도 유아책들만 가득한 책장이요. 매일매일 고개만 들면 그 책장들이 보였던 탓인지 자연스럽게 아이들 책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 때를 계기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게 운명인가요? (웃음)"


"그렇다면 그 당시 책장에 다른 분야의 책들이 가득 했다면, 지금과 다른 모습일 수도 있겠네요. 다른 분야를 담당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그랬을지도 모르죠. 다른 쪽은 사실 생각을 안 해봤어요. 이 분야가 천직인지 (웃음) 지금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만약 다른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면 인문이나 에세이 쪽이요. 음, 에세이는 왠지 부담이 없어서 좋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인문은 원래 관심은 있는데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요. 만약 제 일이 된다면 어떨 지 막연히 궁금해지네요. 그래도 전 아직은 아동책이 제일 좋네요. 아직도 어른이 되기 싫은건지 (웃음)"


"맞아요. 저도 가끔 유아나 어린이 책을 보곤 하는데 재미도 있고, 어른들 책 못지않은 교훈과 메시지가 있더라고요."

"유아도서라고 해서 절대 유치하지 않아요. 오히려 짧고, 간결하게 의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그림 하나, 단어 하나에 숨은 의미를 담고 있어요. 순수하면서도 유익한 교훈을 담고 있는 그림책도 많고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순수한 감성이 있잖아요. 근데 어른이 되고, 바쁘게 살아가면서 그걸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가끔은 아동도서를 보면서 잃어버린 감성을 다시 되찾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 지 궁금해요."

"아, 아동도서는 아니고요. 며칠 전부터 <타샤의 정원>을 읽고 있어요. 자연 속에서 살다가신 타샤 할머니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뭐랄까 여유롭고, 넉넉한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정원도 너무 아름답고요. 저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타샤 할머니처럼 살고 싶어요. 보면 볼수록 마음이 푸근해지는 책이에요. 빡빡한 일상에서 여유를 찾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아, 타샤 할머니, 저도 정말 존경하는 분이세요. 이 분의 책을 보면 정원을 꾸미고 싶은 후유증에 시달리곤 했는데"

"맞아요. 저도 그랬다니까요?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책을 보면 어디를 가고싶고, 어떤 책을 보면 뭘 하고 싶고, 언젠가는 류시화 시인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보게 됐거든요? 근데 어찌나 인도가 가고 싶던지 한동안은 자나깨나 인도 생각 뿐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이 책도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네요. 이 책을 보면서 책이 궁금해지고, 가까워졌거든요." 


"책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선물한 책이군요. 책과 늘 함께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전 스트레스를 받으면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러 가요. 거기에 유쾌한 수다까지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겠죠? 아님 음악을 틀어놓고, 인테리어 잡지를 본다던지, 둘 중에 하나인 거 같아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특별한 게 없네요. 너무 평범하죠? 왠지 뭔가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어떤 책을 추천해드릴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고민에 빠진 제 모습이 보이시나요? (웃음) 음.. 첫 번째 추천 도서는 <알파벳 파닉스>요. 영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잖아요? 유아때부터 즐기면서 영어와 친해질 수 있는 책이에요. 단순한 문장과 반복적인 리듬으로 영어의 첫 걸음을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기적의 생각 수학1단계 시리즈>요. 패키지 상품인데요. 유아기 수학학습이 자랄 때 학습능력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해요. 어렸을 때 부터 수학을 학습이 아닌 놀이처럼 즐기게 해주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세 번째 책은 <허둥지둥 바쁜 하루가 좋아>라는 책인데요." 


"제목이 참 재미있네요. 아이들 책의 특징인 것 같아요. 재미있는 제목이요."

"그렇죠? 이 책은 리처드 스캐리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어린이 도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인데요. 귀여운 동물 친구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하루 종일 바쁘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줘요. 다양한 직업세계를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네 번째 추천도서도 제목이 재미있어요. <불을 꺼 봐요> 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그림자 놀이책이에요. 책을 세워놓고 꼬마 전등을 비추면 그림자가 생기거든요?  엄마, 아빠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좋은 책이죠. 다섯 번째는 제가 좋아하는 타샤 튜더의 책이에요. <타샤의 특별한 날>라는 어린이 그림책이요. 이 책은 무려 30년이 넘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요. 1월부터 12월까지 타샤 할머니의 집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기념일이 따뜻하고 섬세한 그림과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 아이와 함께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아주 따뜻한 책이거든요."


"저도 읽고 싶어지는 책들이군요. 어른들의 책과는 또 다른 설렘이 있어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죠. 마지막으로 추천해드릴 책은 <시간이 뭐예요?>라는 책이에요. 시간의 개념을 흥미롭고 재치있게 설명하고 있어요. 시간과 숫자,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부모님들께 추천할게요. 생각해보니 제가 어릴 때는 너무 좋아하는 한 분야의 책만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땐 그게 좋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양한 책들을 통해 편견을 갖지 않고 다양한 시각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폭 넓은 경험들도 공유할 수 있고요. 아이들이 책을 통해 그런 걸 배웠으면 좋겠어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무한한 상상력도 기르고요. 그렇게 건강하고 밝은 메시지를 담은 책들로 아이들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우는데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오늘도 기꺼이 책의 세상으로 빠질거고요.(웃음) 별볼일 없는 사람의 이야기,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북 마스터와의 인터뷰가 계속 될 수록 뭔가 마음 한 켠이 든든하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표현이 이럴 때 어울리는 걸까. 매일 쏟아져 나오는 책들, 그 중에서 조금이라도 유익한 책들을 선별하고, 독자들에게 추천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북 마스터들이 있다. 그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유아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배은정 북 마스터의 어깨는 오늘도 무겁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올바른 눈을 키워주고 싶다는 그녀의 진실한 마음이 함께하는 한 그녀의 마음만은 새 털처럼 가벼울 것이다.

문득 문득 아이들의 책으로 눈이 갈 때가 있다. 어른에게는 순수한 동심으로의 여행을, 아이들에게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겪어보지 못한 세계 속으로 초대하곤 한다. 이제 막 세상 속으로 한 걸음을 떼기 시작한 아이들은 물론, 어느 날인가 눈뜬 세상이 너무도 쟂빛이라 느껴지는 어른들, 일상의 팍팍한 하루를 적셔 줄 단비 같은 책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아동도서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어느 새 미소를 한 아름 머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이다. 이번 주 배은정 북 마스터의 인터뷰를 읽고 난 소감을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참여자 중 3명을 뽑아 배은정 북 마스터가 추천하는 책을 선물한다. 다음 주 인터뷰 주인공은 DVD 담당 전장희 MD다. 

다음 주에도 정글북의 인터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