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의 내용 중 저주의 엽서가 계속 기억에 남았다. 행운의 편지 등 다른 사람에게 같은 매용의 편지를 세 통인가 일곱 통인가 보내게 하는 장난은 들어본 적이 있고, 받아본 적v도 있지만 좀처럼 그런 것은 믿지않는 터라 웃어넘기고 말았는데 저주의 엽서처럼 살이라는 글자가 쓰인 엽서가 몇통이나 내 앞으로 도착하게 되면 정말 기분이 나쁘겠다 싶더라. 처음에는 무시하려해도 몇 통이나 도착하면 신경쇠약에라도 걸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후에 그것이 천엔씩 보내라는 사기에 이용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정말 사기꾼의 머릿속은 일반인과는 다르게 펼쳐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기나긴 이야기다. 다지마라는 사람이 초등학교때 만난 구라모치 탓에 인생이 흔들린다. 이제껏 일본 소설을 읽으며 한번쯤 봐왔던 사기란 사기는 다 동원된다. 그리고 그 안에 구라모치와 다지마가 있다. 매번 살의를 느끼면서도 구라모치의 언변에 휘둘려 그 살의가 시들해지고 언젠가는 자신이 그 살의를 표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부분까지 다지마는 구라모치에게 속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구라모치는 아마 다지마가 살인의 문을 쉽게 넘을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으리라.

 마지막에야 겨우 살의를 표출하지만 '이제 와서'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몇번이나 구라모치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다지마의 성격 탓이다. 하다 못해 구라모치의 병실에 숨어들어가 생명유지 장치를 끄고 도망치는 것도 못해 사람들이 달려오게 하는 다지마의 살인 방법이 그의 미숙함을 끝까지 보여준다.

 매번 사기를 다룬 소설들을 보면서 잘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들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사기에 걸려들까 싶었는데 이렇게까지 사람을 잘 휘두르는 사기꾼을 만나면 어쩔수 없지 않으려나 하는 마음도 들더라. 마지막에 구라모치을 면회온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참 사람들을 끝끝내 자기 맘대로 휘둘러온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다지마는 행복해지진 못할 거다. 주저하던 살인의 문을 넘었지만 그 너머에 펼쳐진 세상이 호락호락하진 않을 테니.